[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고양이'와 '재수생'이 알려주는 인생의 가치  

입력 2022-08-08 06:30:00

백만 번 삶의 끝에 온전한 사랑을 찾다… '100만 번 산 고양이'
재수생과 귀신의 거래 속에서 바라본 성공의 의미… '성공한 인생'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인간의 수명은 과거 어느 때보다 늘어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한한 인생임에는 변함이 없기에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는 인류의 화두입니다. 한 번뿐인 인생에서 무엇을 우선 가치로 삼을 것인가, 의미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사는 인생이 좋은 인생인가 하는 고민이 뒤따릅니다. 다행히 우리는 독서를 통해 가보지 못한 길을 걷고 타인의 삶을 엿보면서 자신의 인생을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100만 번 산 고양이'의 표지

◆ 백만 번 살고 백만 번 죽은 고양이

한 번도 아니고 백만 번 살다가 백만 번 죽은 고양이 이야기가 있습니다. '100만 번 산 고양이'(사노 요코 지음)라는 그림책입니다. 주인공 얼룩 고양이는 백만 년 동안 살면서 백만 명의 주인 곁에서 사랑을 받다가 죽습니다. 백만 년이라는 무수한 세월 동안 고양이는 다양한 주인을 만납니다. 임금님, 뱃사공, 서커스단의 마술사, 도둑, 할머니, 어린아이 등 누군가의 고양이로 태어나 살다가 죽기를 반복하는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고양이는 자신의 죽음이 아무렇지도 않은데, 고양이 주인들은 매우 슬퍼하는 모습이 대조를 이룹니다.

이렇게 삶과 죽음이 무한 반복되는 듯한 어느 때, 고양이는 누구의 소유도 아닌 도둑고양이로 태어납니다. 처음으로 누구의 고양이도 아닌 자기만의 고양이가 된 것입니다. 그는 백만 년 동안 산전수전을 다 겪어서인지 자기 사랑이 넘칩니다. 그런 고양이가 하얀 고양이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새끼 고양이도 낳으면서 사랑의 대상이 더 확장되는 경험을 합니다. 그렇게 한평생을 온전히 사랑하며 살게 된 고양이는 이제 다시 태어나지 않습니다. 기나긴 백 만년 인생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죠.

그림책에서 이야기하는 '백 만년'을 우리네 인생으로 가져와 해석해 보면 어떨까요? 우리의 삶을 크게 한 덩어리로 본다면 한 번뿐인 인생이지만 아주 작은 단위로 나눠 본다면 하루하루가 새로운 삶이 됩니다. 날마다 새로운 인생을 부여받은 셈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도 고양이처럼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세월을 살다가 가는 건 아닐까요!

또한, 일상 속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온전한 '나'로 존재하지 못하고 누군가의 소유로 살아갈 때 우리는 고양이처럼 행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바쁘게 산 듯하지만 제대로 산 것 같지 않은 나날의 반복인 셈이지요. 하지만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나 진정한 성장을 이룰 때 삶에 대한 미련도 후회도 없는 상태에 이르는 것이 아닐까요. 짧은 이야기이지만 읽는 이마다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그림책이라서 매력적입니다.

'성공한 인생'의 표지

◆ 재수생에게 다가온 귀신의 은밀한 제안

'성공'이라는 단어가 주는 긍정적인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인생'이라는 단어를 수식할 때 속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요? 성공의 모습이나 평가가 물질적이고 겉으로 드러나는 외적인 부분에 치우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김동식 작가의 단편 모음집 '성공한 인생'(김동식 지음)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성공한 인생'을 보여주면서 과연 성공한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진지한 질문을 던집니다.

재수생인 주인공은 귀신에게 한 가지 제안을 받습니다. 수능 만점을 맞게 해주는 대신 평생 일주일 중 하루를 귀신에게 내어주는 것입니다. 수능 시험에 온 인생의 의미를 부여하는 수험생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접근한 것입니다. 이렇게 주인공은 월요일을 내어주고 수능 만점으로 명문대에 입학합니다.

이후 귀신은 다시 공무원 시험 합격을 조건으로 또 다른 요일을 요구합니다. 이렇게 또 하루를 내어줍니다. 하지만 인생에는 계속해서 달성할 과업이 생깁니다. 선망하던 연예인과의 결혼과 멋진 몸매에 하루씩 내어주게 되면서 주인공에게 남은 요일은 주말 이틀만 남게 됩니다. 주중에 일하지 않아도 되고, 주말에 편히 쉬기만 하면 되는 일상이지만 이제 누가 진짜 자신인지 알지 못할 지경에 이릅니다. 성공한 인생의 조건을 모두 갖췄지만, 정작 자기 자신은 잃어버린 것입니다.

소설에서 제시하는 수능 만점, 안정된 직장, 완벽한 결혼, 멋진 몸매 외에 우리 마음을 흔들어 놓을 만한 제안은 무엇인가요? 내가 간절히 바라는 그것이 진정한 나다움을 잃게 만드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온전한 나로 살아가기가 그만큼 어려운 시대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백만 번 산 고양이'처럼 후회 없는 삶의 마침표를 떠올리며 새롭게 주어지는 하루하루를 살아내면 어떨까 제안해 봅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박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