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민 고산도서관 사서
공공도서관 사서로 근무한 지 10년, 매년 이용자 수와 자료 대출은 늘었고 서비스도 다양해졌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이런 변화가 무색하게 도서관을 찾는 이용자는 줄어들게 했다. 전국의 도서관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다.
고산도서관은 도서관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식 정보의 확장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구상해왔다. 이에 지역의 어린이들이 작물의 생산에서부터 가공, 유통에 이르는 농업의 전반을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도서관 밖 도서관, 자연을 꿈꾸는 텃밭 놀이터' 프로그램을 작년 이맘 때쯤부터 햇수로 2년째 운영하고 있다.
미래농업 교육의 일환으로 대구농업마이스터고와 협력해 어린이들이 직접 텃밭을 가꾸며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서 먹을거리를 얻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자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담당 사서로서 텃밭 기본 다지기부터 직접 씨를 뿌리고 가꾸고 수확까지의 전 과정을 운영하면서 도서관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얼마나 확대되었는지를 체감하였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하여 도서관에 방문하는 이용자들이 많이 줄어든 요즘, 어린이들에게 체험활동을 통해 도서관과 멀어진 거리를 조금이나마 좁힐 수 있게 된 것 같다.
어느 조용한 목요일 오후였다. 한 손에 제법 무거워 보이는 식물모종이 담긴 봉지를 들고 엄마를 따라 들어오는 아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왠지 반가운 마음에 "우리 친구 식물 심으려고요? 어떤 식물이에요?"하고 물어봤다. "저 방울토마토 심을 거예요! 유치원 친구들하고 텃밭 놀이터에서 다른 식물들을 심어본 적 있어요!"하는 답이 돌아왔다. 옆에 계신 아이의 어머니가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텃밭 놀이터 프로그램을 참여하고 나서 집에서도 자기만의 텃밭을 만들어달라며 조르고 졸라 장날에 맞춰 나온 길이라고 하셨다. 이참에 집에서도 작은 텃밭을 스스로 가꾸며 성취감을 느끼면 좋을 것 같아 식물이나 텃밭과 관련한 책을 대출하러 오셨다고 했다. 마침 자료실에서 농업과 관련된 다양한 책을 전시하고 있어 그쪽으로 안내하였다.
귀여운 꼬마농부에게 어떤 책을 추천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김순한 작가의 '씨앗은 무엇이 되고 싶을까'라는 책을 권했다. 이 책은 식물의 시작은 씨앗이었음을, 식물이 어떻게 자라나고 잘 자라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씨앗의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책을 빌려 가며 열심히 키워서 맛있는 방울토마토를 선물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스스로 물을 주고 가꾸고 식물과 함께 한 뼘 더 자라날 어린이의 모습을 생각하니 아빠의 마음으로 뿌듯함에 미소가 지어졌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직접 해보는 것만큼 좋은 교육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텃밭을 가꾸며 자연의 신비함과 먹을거리를 얻는 즐거움을 느끼는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더불어 책을 통해 조금 더 배움을 확장하게 하는 것, 그것이 물리적인 공간의 한계를 넘어 이용자들에게 보다 많은 것을 제공할 수 있는 도서관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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