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삼영 총경 '대기발령'에…"나도 대기발령해라" 일선 경찰 반발

입력 2022-07-24 15:49:39

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끝나고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이 회의 결과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끝나고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이 회의 결과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총경)이 대기발령되자 일선 경찰관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4일 경찰 내부망 '현장활력소'에는 류 총경 대기발령 사태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경찰 지휘부가 전국 경찰서장회의 직후 '징계 카드'를 꺼내자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지만 비교적 온건한 입장을 유지했던 일선 경찰관들이 폭발한 것이다.

일부 경찰관들은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참석했다고 스스로 밝히면서 "저도 대기 발령시켜달라", "명단 파악할 필요 없다. 저도 참석했다"라고 반발했다.

"조직을 바로 세우자는데 대기발령이라니", "우리 경찰 조직원이 누구에게 복종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냐", "정권 입맛에 맞게 행동하는 지휘부를 규탄한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같은 글도 이어졌다.

한 작성자는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며 "경찰 조직 전체를 통솔할 리더십에 이미 큰 흠결이 생겼다. 행안부 장관과 대통령만 바라보는 청장을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 대기발령을 정상발령으로 바로잡을 용기가 없다면 스스로 물러나시길 촉구한다"라고 주장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도 경찰관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비판이 줄을 이었다. 이 커뮤니티에는 "장관 오더에 후보자가 고개를 숙인 것", "나대면 죽는다는 걸 보여준 것", "진짜 지휘부와 등 돌리는 상황이 오는 것 아니냐", "들불이 일어났는데 물 한 바가지에 잡히겠냐" 같은 글이 쏟아지고 있다.

경찰청은 23일 회의를 주도한 류 총경을 심야에 울산경찰청 공공안전부 경무기획정보화장비과로 대기발령했다. 또 현장에 참석한 경찰들에 대해 지휘부의 해산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국가공무원법상 복종 의무 위반을 근거로 감찰하겠다고 밝혔다.

류 총경은 인사 발령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행안부 장관이) 인사권을 안 가진 상태에서도 이렇게 막강하게 권한을 행사하는데 만약 권한을 가지면 어떻게 되겠나"라며 "이래서 총대를 메고 회의를 개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