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그러면서 광고인이 된다

입력 2022-07-22 11:25:18

광고인이라는 직업은 어떤 매력이 있을까? 사진: pixabay
광고인이라는 직업은 어떤 매력이 있을까? 사진: pixabay

당신은 광고인이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문자 메시지의 답장을 쓴다. 어떤 답을 할까 고민하며 글을 쓴다. 그러면서 카피라이터가 된다. 그 다음 옷장을 열며 어떤 컬러의 옷을 입을까 고민한다. 그러면서 디자이너가 된다. 현관을 나서며 오늘 일정을 체크한다. 오전과 오후 할일을 체크하며 하루를 기획한다. 그러면서 당신은 기획자가 된다. 당신이 의사이든, 사무직이든, 일용직이든 상관없이 당신은 광고인이 된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직업으로서 광고인을 선택한다면 과연 어떤 점이 좋을까? 광고인만이 가진 축복은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첫째,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자수성가한 기업의 회장님, 맨손으로 시작해 수백억에 매출을 일으킨 중소기업 대표님, 어렵게 사법고시를 통과한 변호사, 세상에 없던 아이템을 개발해 특허권을 따낸 스타트업 대표 등이 그런 사람들이었다. 인간은 누구를 만나든 그 사람에게 배울만한 것 하나쯤은 있다. 그것이 가장 극화된 직업이 바로 광고인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는가? 아니다. 그 자리에 오를 만큼 내공이 쌓였기 때문에 갈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위에 열거한 분들을 만났을 땐 이미 그들은 엄청난 내공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본업에 집중하다보니 사람들에게 자신의 업을 매력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모를 뿐이었다. 나는 장담한다. 광고회사를 하며 내가 만난 회장님, 대표님을 통해서 내가 더 성장한 것을. 사람에게는 스폰지와 같은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뛰어난 사람을 만나면 어느새 자신도 그것을 흡수해있는 것을 발견한다. 사람에게 환경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둘째, 당신의 흔적을 남길 수 있다. 대구에서 10년 가까이 광고일을 하며 참 많은 광고를 만들었다. 그 결과 서울 출장 후, 동대구역에 내리면 우리 광고를 붙인 택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광판을 보면 우리가 만든 병원 광고가 나왔다. 가는 곳마다 우리의 흔적이 산재해있었다. 하지만 이런 기쁨은 대구에 국한 되지 않았다. 서울부터 제주도까지 우리 광고가 설치되어 있었다. 사람에게 종족 번식은 본능인 것처럼 나는 나의 흔적을 세상에 남겼다. 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광고를 설치해두니 내가 없는 곳이어도 그 광고가 내가 되어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광고인은 한계가 없는 직업이다. 사진: pixabay
광고인은 한계가 없는 직업이다. 사진: pixabay

셋째, 한계가 없는 직업이다. 주어진 틀을 벗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 규칙 안에서 틀 안에서 규정 안에서 해야 하는 일을 넘어 광고는 규칙의 박스가 없다. 광고에는 정답이 없다. 판례가 없다. 과거에 그랬으니 지금도 그래야한다는 법이 없다. 물론 육체는 자유롭지 못하다. 9시까지 출근해야하고 때로는 야근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생각만큼은 자유롭다. 아니 자유로워야 광고를 만들 수 있다. 오전에는 뉴욕 자유의 여신상의 횃불에서 피자를 먹다가 오후에는 파리 에펠탑에서 파스타를 맛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규칙의 박스를 벗어난 생각을 하다보면 아이디어를 만나기도 한다. 자유로운 만큼 좋은 광고가 탄생한다.

글을 쓰다 보니 빛나는 점만 적었다. 물론, 광고인이란 직업의 부정적인 면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광고일을 하며 내가 경험했던 축복 위주로 써보았다. 이 감정을 당신도 경험해보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경험을 위해서 꼭 광고인이라는 직업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 이미 당신은 오늘 하루를 광고인처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광고해야 팔리나요'의 저자(주)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