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김교영] DJ·노무현은 민주당을 어떻게 생각할까

입력 2024-11-25 21:19:03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움직이면 제가 당원과 함께 죽일 것이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1심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 후 당내 비명(非明)계 움직임을 겨냥한 독설이다. 같은 당 이해식 의원(당대표 비서실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압권(壓卷)이다. 그는 "더 훌륭한 인간이 되고자 노력을 기울이는 이런 사람이야말로 신의 사제요, 종이다"라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미친 정권의 미친 판결" "사법 살인"이란 막말을 퍼부었다.

민주당은 정상이 아니다. 섬뜩한 언어와 당대표의 신격화는 공당(公黨)이기를 포기한 듯하다. '민주화 세력의 본영(本營)'이라는 민주당에서 어찌 이런 해괴한 언행이 끊이지 않는 것일까. 당대표 방탄을 위해 검찰과 법원을 겁박하는 일은 예사롭다. '판결 존중'과 '사법부 독립'은 민주당엔 아전인수(我田引水)식 가치다. 민주당이 공정과 상식에서 멀어진 변곡점(變曲點)은 '조국 사태'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당시 민주당은 청년들의 분노를 샀던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를 두둔했다. 당내 비판 여론이 있었으나, 묵살됐다.

지금 민주당의 행태는 민주(民主)에 반(反)한다. 22대 총선 전후로 민주당은 '이재명 일극 체제'가 됐다. 공천 때 '비명횡사'(이재명계가 아니면 공천 불이익)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 대표에게 충성하는 인물이면 비리가 있든, 부동산 투기를 했든, 막말을 쏟아냈든 공천을 받아 금배지를 달았다. '대장동 변호사'도 국회의원이 됐다. '이 대표 견제'나 '당론 비판'의 목소리는 뭉개졌다. 가끔 다른 생각이 나타나면 '수박'으로 찍혔다. '수박'은 우파로 위장한 '빨갱이'를 색출할 때 공안 기관이 썼던 암흑 시절의 은어(隱語)다. 민주당이 이런 용어를 쓰다니, 이 역시 부조리(不條理)하다.

민주당은 걸핏하면 '김대중(DJ)·노무현 정신'을 강조한다. 그럴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김대중·노무현 정신은 민주, 인권, 포용, 실용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신민당·새정치국민회의(민주당 전신)는 치열한 토론으로 조용할 날이 없었다. 그런 정치문화가 헌정사상 최초로 야당이 정권 교체를 이룬 원동력이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내 비주류(非主流)를 품어서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그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영입한 변방의 노무현 의원을 해수부 장관으로 기용(起用)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가 정책에서는 이념(理念)보다 실리(實利)를 우선했다. 그는 운동권 출신 참모들, 보수적인 관료들과 끝장 토론을 거쳐 정책을 결정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라크 파병이 그런 사례다. 문재인 정부와 지금 민주당에선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김두관 당대표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직격했다. "우리 민주당의 김대중·노무현 정신인 다양성과 역동성, 그리고 민주주의 DNA가 훼손당하고 있다"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당을 어떻게 생각할까.

입법부를 장악(掌握)한 민주당은 이 대표 사법 리스크 방어에 몰두했다. 검사를 탄핵 소추하고, 법원을 압박하고, 특검법안을 남발했다. 이 대표의 1심 선고 후 정부·여당과 사법부를 향한 방탄 공세는 더 거세지고 있다. 이런 열정을 민생(民生)에 쏟았다면, 국민 살림살이가 조금은 나아졌을 게다. 민주당은 집권을 꿈꾸고 있다. 수권(受權) 정당이 되려면 외연 확장이 필수다. 그 전제는 당내 민주화다. '포스트 이재명'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