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향후 10년간 반도체 전문 인력 15만 명 육성을 골자로 한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27년까지 대학 등의 반도체 학과 정원이 늘어난다. 세부적으로는 석·박사 1천102명, 4년제 대학 2천 명, 전문대 1천 명, 직업계고 1천600명 등 모두 5천702명이다.
논란의 핵심은 정부가 수도권과 비수도권 구분 없이 4년제 대학의 반도체 학과 정원을 2천 명 확대하는 것이다. 2천 명 중 상당수를 수도권 대학이 차지할 개연성이 농후하다. 교육부 수요 조사 결과 수도권 대학 14곳이 1천266명, 비수도권 대학 13곳이 611명을 각각 증원할 의향을 보였다. 벌써 수도권 대학에서 1천300명 증원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 정원이 지방대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수도권 집중화를 막는 차원에서 그동안 수도권 대학 정원은 엄격하게 통제됐다. 하지만 정부는 반도체 학과 증원과 관련, 수도권 대학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학과를 신·증설하려면 교원·교사·학교 부지·수익용 기본 재산 등을 갖춰야 하지만 반도체 학과는 교원 확보율 외 규제를 모두 풀었다. 별도의 학과 설치 없이 기존 학과의 정원을 한시적으로 늘릴 수 있는 계약정원제도 신설하기로 했다. 이는 대기업이 선호하는 수도권 대학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 반면 비수도권 대학을 위해 재정지원을 강화한다고 밝혔으나 구체적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학과 정원이 대폭 확대되면 지방대의 신입생 미충원은 더 심각해지고, 지방의 인재 유출은 더 가속할 수밖에 없다. 지방대들은 물론 지방이 반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수도권 쏠림·지방 소멸' 악순환을 끊겠다"고 했다. 수도권 집중을 더 부추길 게 뻔한 수도권 대학 중심의 반도체 학과 증원은 윤 대통령의 국정 목표와 정면 배치된다. 수도권 집중 완화와 국가 균형 발전 차원에서 대학의 반도체 학과 증원이 이뤄지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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