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미·중이 미래 세계 패권을 두고 싸우면서 전쟁의 양상이 무역 전쟁에서 기술 전쟁으로 바뀌었다. 전 세계에서 중국을 싫어하는 반중 정서가 하늘을 찌른다.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혼자서 뭐든 다 하는 슈퍼맨 스타일이라면, 바이든 대통령은 그물 쳐서 적을 잡는 스파이더맨 스타일이다. 바이든은 중국을 싫어하는 나라들을 모아 동맹으로 중국을 공략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아시아와 인도양에서 중국을 포위하는 쿼드(QUAD) 동맹,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시키는 아시아 국가들의 동맹 IPEF,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선언을 한 대서양 국가들의 NATO 동맹, 미·일·한·대만 반도체 4개국 'Chip4 동맹' 등이 바이든의 대중 동맹 전략이다.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을 아우르는 포위망과 핵심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면 맨 먼저 금융시장이 알아차린다. 이런 정도면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주가가 폭락해야 하는데 중국의 금융시장은 조용하고 증시는 미국은 폭락하는데 중국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금융시장이 보는 바이든 전략은 뭔가 구멍이 있다.
주목할 것은 중국의 반응이다. 미국의 대중국 동맹국 편가르기에 한국이 참여했지만 중국은 한국에 대해 별다른 제재나 심한 반대나 대응도 없다. 중국이 이런 식의 반응을 보인 것은 중국은 Chip4 동맹, IPEF, NATO 동맹 선언에 내재한 미국의 한계를 읽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의 전략은 좋지만 문제는 4년 임기의 '어공'(정무직을 뜻하는 '어쩌다 공무원'의 준말), 바이든의 정책 실행 가능성을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봉쇄하자는 데 QUAD 동맹의 한 축인 인도가 배반을 했고, 독일이 러시아산 에너지를 계속 구매하고 있고, 중국은 아예 대놓고 러시아산 에너지를 사고 있지만 미국의 제재는 없었다. IPEF는 국가 조약이 아닌 정부 간 협약 성격을 띠고 있어 2년 후 등장할 미국의 새 정부에서도 유지될지 의문이다. 그리고 지지율이 역대 최저인 바이든 정부, 중간 선거에서 지면 여소야대로 IPEF의 추진 동력이 확 떨어질 판이기 때문이다.
미중의 기술 전쟁, 이젠 반도체 전쟁이다. 반도체는 '산업의 쌀'로 불렸지만 미·중의 기술 전쟁 시대에 들어서면서 심장과 총으로 변신했다. 시진핑은 반도체를 '인체의 심장'으로, 바이든은 '국가 안보'로 격상시켰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공급망에서 기술, 장비, 소재, 생산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 일본, 대만을 동원한 포위 작전이 바로 'Chip4 동맹'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기술 전쟁의 총을 보면, 목표물은 중국의 심장이고 방아쇠는 미국 기술이다. 한국은 반도체 전쟁에 참전하자고 보니 목표물은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이고 우리가 쥔 총의 방아쇠는 미제다. 시장을 두고 방아쇠를 당기자니 돈이 울고, 방아쇠를 버리자니 중국으로 향하던 총구가 한국을 겨눌 가능성이 두렵다.
외교는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실력으로 하는 것이다. 돈이 말을 하면 외교가 입을 닫는다. NATO 동맹의 대중국 견제에 중국이 프랑스의 에어버스를 한 번에 292대를 사주자 프랑스는 말이 없어졌다. 피는 물보다 진하지만 국가 사이에는 피보다 진한 것이 돈(錢)이다. 시장 대안 없는 탈(脫)중국은 공허한 메아리다. 목소리만 크고 액션은 없는 NATO(No Action Talking Only)도 자꾸 하면 다친다. 탈중국 전략을 철저히 준비하고 조용히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답이다.
극중(克中)하려면 지중(知中)이 먼저다. 28년 만에 대중국 무역적자가 발생했다. 최근 10여 년간 한국의 주중대사를 보면 7명의 대사 중 외교관은 1명이고 나머지 6명은 모두 대통령과 친소 관계로 맺어진 정치인, 교수들이다. 대중국 사업을 하는 기업의 대표 중에 중국에서 공부하고 중국어가 능통한 이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물건을 팔면서 사는 사람의 언어를 이해 못 하는데 물건이 팔릴까.
한국이 중국에 맞설 사람, 기술, 전략이 있는가 냉정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돈 앞에서는 절대 적을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사리 분별력이 떨어져 오판을 불러오기 쉽기 때문이다. 우리끼리 친중, 반중 편 갈라 입씨름해야 소용없다. 한국을 무시하는 중국의 태도를 바로잡을 외교관이 없고, 중국을 꼼짝 못 하게 만들 기술과 중국이 생각하지 못하는 묘수를 구사하지 못하면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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