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때 입대…어디에 있는지, 생사조차 알 수 없어 그리움만 쌓입니다"
어디에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는 큰오빠에게 이 편지를 보냅니다.
큰오빠가 우리 곁을 떠나간 그날을 어렴풋이 기억합니다. 제가 9살 무렵, 6·25 전쟁이 터졌습니다. 우리 가족은 당시 경북 고령군 쌍림면 백산동에 살았습니다. 큰오빠는 그 때 21살쯤 됐을 겁니다. 그 당시 아마 학도병으로 징집됐는지 어릴 때라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큰오빠는 면사무소 앞에 선 트럭을 타고 입대하러 떠났습니다. 그 때 곧 돌아올거라며 어머니와 함께 손을 흔들며 큰오빠를 보낸 게 오빠를 본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전쟁은 계속됐지만 큰오빠의 소식은 들리지 않았습니다. 같이 입대한 사촌오빠가 돌아와서 "강원도에서 전투하다가 만나긴 했는데 그 다음에는 못 만났다"고 말했습니다. 휴전이 됐다는 소식과 함께 포로교환이 있었는데 그 때 돌아온 동네사람이 거기서 본 것 같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정확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포로가 돼 이북으로 끌려갔는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큰오빠의 생사는 영영 알 수 없게 돼버렸습니다.
그 이후 어머니는 큰오빠를 기다리며 눈물로 한 세월을 보냈습니다. 큰오빠를 찾으려고 여기저기 수소문한 것도 모자라 혹시나 싶어 용한 무당이나 점집을 찾아가 오빠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만이라도 확인해보려고 했던 적도 수도 없었습니다. 1983년에 이산가족 찾기 할 때도 찾아보고, 적십자사를 통해 이산가족 등록도 해 봤고, 혹시 전사했으면 나중에 시신이라도 찾을까 싶어 DNA까지 등록했지만 오빠의 소식은 전혀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오빠를 기다리다 어머니와 작은오빠는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TV에 이산가족이 만나는 장면을 볼 때마다 오빠 생각에 눈물짓기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오빠의 생사를 확인해보겠다고 점집을 왔다갔다할 때마다 어머니와 저는 오빠를 너무 그리워해서 힘겨웠었습니다. 어머니와 작은오빠도 다 돌아가신 지금은 하나 남은 여동생과 함께 큰오빠에 대한 이야기를 가끔 하곤 합니다. 한 때는 돌아가신 걸로 생각하고 올케가 제사를 지내기도 했었지요.
어릴 때였지만 큰오빠는 얼굴도 잘 생겼고 성격도 사근사근했던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큰오빠가 대구에 일하러 갔다가 주말이나 명절 때 집에 오면 고무공이나 장난감을 사 와서 같이 놀았던 기억도 납니다. 오빠와 만나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어디에 있는지는 커녕 살았는지 돌아가셨는지도 알 수 없으니 그리움만 쌓일 뿐입니다.
큰오빠를 만나면, 아니 적어도 큰오빠의 생사를 확인하고 큰오빠의 남은 가족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살아 있었구나"라거나 "이렇게라도 만날 수 있어서 반갑고 고맙다"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오빠가 정말 어디에 있든 만나고 싶지만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으니 답답할 뿐입니다.
오빠가 돌아오기만을, 아니 어디에 어떻게 있다는 소식만이라도 들을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그립습니다, 큰 오라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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