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대구경북의 인구 문제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2011년 이후 대구경북 인구의 순유출 규모가 확대되는 가운데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사이 15~29세 청년층 유출 인구의 87.1%가 수도권으로 갔다. 인구학자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구 감소 추세가 지속되면 20년 후인 2040년쯤에는 대구경북 전체가 인구 소멸 고위험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그런데 인구 감소와 고령화 이후 지역사회 소멸, 지역 경제 침체는 누구나 다 예측한다. 그럼에도 대구경북 사회에서 인구 감소의 위험은 알지만 지금까지 대응의 효과는 크지 않다. 그래서 대구경북에서 인구 문제는 '회색 코뿔소'이다.
경제위기를 분석할 때 알려져 있어 예측할 수 있는 위험임에도 대응하지 못하거나 무시하다가 큰 위험에 빠진다는 의미로 회색 코뿔소의 개념을 사용한다. 바로 그러한 회색 코뿔소인 인구 감소 문제가 대구경북을 배회하고 있다. 누구나 회색 코뿔소의 위험을 알지만 이젠 잡는 데 힘이 부쳐 한 걸음씩 물러서고 있다. 더구나 매너리즘에 빠진 인구정책을 보면 반체념 상태로 보여진다.
한길리서치가 7월 3~4일 실시한 매일신문 창간 조사에서 새로 출범하는 민선 8기 단체장의 가장 큰 과제는 경제와 인구다. 먼저 홍준표 대구시장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보면 대기업 투자 유치가 46.2%다. 다음 순위는 취수원 이전 등 맑은 물 공급 16.8%, 대구를 그렇게 떠들썩하게 했던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국비 건설은 10.7%에 불과하다. 이철우 경상북도지사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대기업 유치가 30.7%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인구 소멸 대응이 22.4%,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16.5% 등이다. 대구는 대기업 유치, 경북은 대기업 유치와 함께 인구 소멸이다.
그럼 왜 대기업인가. 이는 대구경북 시·도민이 인구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청년미래세대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결혼과 출산, 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한 양질의 일자리는 높은 수준의 임금과 미래가 밝은 첨단산업 일자리다. 그런데 이런 양질의 일자리는 대기업이 더 많이 제공한다. 그래서 대기업 유치를 요구한다. 대구경북의 경우 마땅한 대기업이 없다. 그 결과 1인당 개인 소득은 전국 최하위권이다. 그런 상황에서 청년일자리 대책으로 지역 기업과 매칭 사업을 한들, 일과 출산 육아를 병행하는 환경을 만들어도 근본적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창간 조사는 대기업 유치로 양질의 일자리만 만든다고 해서 청년 유출을 막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청년세대가 원하는 사회는 경제적 안정뿐만 아니라 자신의 꿈을 펼치고 개성과 자율, 다양성, 가치가 존중되고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문화를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당연히 정치 소통과 토론이나 자유로운 표현, 다양성도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2030세대와 60대 이상과의 정치적 의견 차이를 보면 우려가 커진다. 한길리서치 6월 전 국민 조사에서 60대 이상과 2030세대와의 대통령 지지율 차이를 보면 21.2%~22.9%포인트(p)인 반면 대구는 30.6%~30.9%p, 경북은 26.3%~27.8%p로 전국 평균보다 더 크게 나타난다. 대구경북을 뺀 전국 평균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또한 조사 시점의 60대 이상 인구비가 전국은 29.8%이지만, 대구 30.4%, 경북 37.8%로 고연령층이 더 많은 인구구조에서 이념적 프레임으로 미래세대의 정치적 의견 표현이 제약되고 장유유서의 질서에 침묵을 강요당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면 아무리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져도 2030 미래청년세대는 침묵을 강요하지 않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수도권으로 떠날 것이다.
물론 단체장이나 정치인들이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인구 소멸까지 내몰린 대구경북의 절박한 현실을 이용해 선거용 공약으로만 대기업 유치를 이야기하고, 정치적 이익을 위해 극단적 이념 프레임을 부추기고, 출산 인구 문제를 예산 확보 지렛대로 접근한다면 대구경북의 인구 문제는 더 악화될 것이다. 어쨌든 공은 이번에 당선된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기초단체장, 그리고 지역 국회의원 정치인들에게 넘어갔기에, 이전과는 다른 성과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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