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 시험 공부 하는 아이들이 고성에 고통"…쿠팡 노조 ‘확성기’ 시위에 병들어가는 지역사회

입력 2022-07-05 16:30:21 수정 2022-07-05 16:57:22

학생·주민 수천명 밀집한 곳에서 대형 확성기를 틀고있는 노조
학생·주민 수천명 밀집한 곳에서 대형 확성기를 틀고있는 노조

5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송파구 신천동 쿠팡 본사 앞. 쿠팡에서 점거 농성 중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노조원의 투쟁을 지지하는 진보정당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마이크를 들고 "노동 환경이 개선될 때까지 쿠팡 앱을 지워달라"고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기자회견을 지켜보는 이들은 얼마 없었다. 오히려 본사 앞을 지나치는 주민 수십명은 대부분 귀를 막거나 표정을 찡그렸다. 한 여성은 함께 있는 자녀의 눈을 손으로 가리며 "쳐다보면 안 돼. 무서운 사람들이야"라고 했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시민 황모(37) 씨는 "서울에서 가장 살기 좋은 잠실이 각종 소음과 불편을 유발하는 노조 때문에 기피 지역이 되면 노조에서 피해는 보상해주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학생·주민 수천명 밀집한 곳에서…대형 확성기 '빵빵' 트는 노조
지난달 23일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쿠팡 물류센터 노조의 쿠팡 본사 노숙 농성으로 본사 직원과 입점 소상공인은 물론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대형 확성기를 이용해 연일 참을 수 없는 소음을 일으키고 있어서다.

쿠팡 본사 반경 500m 이내엔 잠실중학교(교원 포함 약 1천200명)와 잠실주공 5단지(3천930세대), 장미1차 아파트(2천100세대) 등 아파트 단지를 비롯, 쿠팡을 포함한 여러 기업 임직원 수천 명 이상이 근무 중이다.

쿠팡 등에 따르면 노조원들은 쿠팡 본사 앞에 대형 확성기를 설치하고 민중가요를 크게 틀거나 성명 발표를 진행하는 가 하면,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에 맞춰 오전과 점심, 저녁 등 매일 3차례에 거쳐 각종 선전전이나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쿠팡 본사 인근 주민들은 "시끄러운 노조 때문에 일상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달 4~6일이 기말고사 기간이라는 학생 이모(14)군은 "시험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데 학교까지 들려오는 소음 때문에 수업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노조가 학생들의 수업권을 방해하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쓴이는 "노조의 행태로 뚜껑이 열리는 것 같다. 대포 스피커를 미사일처럼 배치하고 민폐를 끼치고 있다"며 "조카가 잠실중학교에 다니는데 기말고사 기간에 아이들 미래까지 망치려 한다"고 썼다. 글에는 "직원이 공감 못하는 시위는 왜 하는 것이냐" "노래는 왜 틀어 피해를 주냐"는 릴레이 댓글이 달리고 있다.

이들 노조의 쿠팡 본사 점거 농성은 나날이 과격해지고 있다. 지난 30일엔 쿠팡 본사 내부 진입을 시도하다 쿠팡측이 막는 과정에서 직원 2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에 이송됐다. 사고 발생 하루 만인 지난 1일 저녁에도 집회를 마친 노조원들은 귀가하지 않고 쿠팡 본사에 강제 진입을 시도하며 각종 소음 등을 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사에 입점한 식당과 병원, 약국 등 업주들은 "노조원들이 로비를 점검해 통행을 방해하고 심각한 소음 유발을 통해 영업에 심각한 침해를 받고 있다"며 노조원의 조속한 철거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쿠팡 본사 점령한 '현수막 공해'.."허위사실에 자극적인 문구로 피해"
시민들은 쿠팡 본사 주변을 점령한 무분별한 현수막도 불편하다. "쿠팡을 뒤집자" "총단결! 총투쟁으로 임금단체협약 쟁취하자!" "어떻게 생수 한통으로 9시간을 버티냐" 같은 내용의 자극적인 현수막들은 쿠팡 본사 앞에서 시작해 아파트 거주단지가 있는 올림픽로 주변으로 확산 중이다. 점거 농성 초기 4~5개가 걸렸던 현수막은 현재 40장 이상으로 10배 늘었다.

직장인 최모(40)씨는 "비즈니스 미팅을 위해 방문하는 국내외 파트너들이 수십장이 넘는 현수막을 보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며 "도무지 무슨 의미인지 이해 못할 문구가 담긴 현수막이 너무 많다"고 했다. 한 지역 주민은 "아이들과 지나갈 때마다 자극적인 문구가 담긴 현수막 내용을 머릿속에 담을 까봐 노심초사하다"고 했다.

한편 쿠팡 본사 건물관리 위탁업체인 씨비알이코리아 등은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조원 10여명에 대해 업무방해, 공동건조물 침입, 공동퇴거불응 등 혐의로 고소했으며 이들은 조만간 경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