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다시 오스트리아로부터 배운다

입력 2022-06-30 20:57:36 수정 2022-07-01 18:55:14

김경호 신나는체험학교 대표

김경호 신나는체험학교 대표
김경호 신나는체험학교 대표

12년 전, 친구에게 오스트리아로 이민을 간다고 했더니 친구 왈, "아~ 호주" 하던 말이 생각난다. 당시만 해도 우리에겐 오스트리아는 생소한 나라였다. 유럽 여행을 많이들 다녀본 요즘에야 오스트리아가 유럽에 있으며 멋진 알프스의 풍광과, 비엔나와 잘츠부르크 등의 도시에서 음악, 미술을 비롯한 문화예술의 나라쯤은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 이상은 오스트리아에 대해 잘 모르는 듯 보인다. 나라의 근간을 이루는 정치체계 중심으로 한국 사회와는 다른 모습을 봐왔기에 짧은 지면에 주마간산 격으로 소개할까 한다.

오스트리아는 우리와 비슷한 현대사를 겪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오스트리아는 패전국의 지위에서 승전국들의 신탁통치를 받아들여 10여 년간 신탁통치 시절을 겪었다. 이후 서방의 지원하에 자유 진영을 택했다. 이후 오스트리아는 지속적이고 철저한 중립적 입장으로 스위스와 함께 강대국 간의 이해관계에 편승해 영세중립국의 지위를 부여받았다. 만일 우리도 남북통일이 되어 중립국의 지위를 부여받았다면, 또 어떤 나라가 되었을까 하는 역사적인 호기심이 생긴다.

이러한 국가적 결과물들은 '합의와 상생'이라는 오스트리아 특유의 유연성에서 나왔다. 오스트리아는 비록 대통령제이지만, 대통령은 국정을 운영하지 않고 의회 다수당이 수상이 되어 나라를 운영하는 준대통령제적 의회민주주의 국가이다. 의회는 '국가적 명제'에 있어서만큼은 중도좌파인 사민당과 중도우파인 국민당 간의 크고 작은 연정을 통해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국가적인 이익을 쟁취했다. 75년의 정부 구성 동안 대소 연정이 무려 55년에 이른다. 단독정부는 고작 20여 년에 불과하다. 우리와는 사뭇 다른 정치구조이다.

의회가 50%의 다수당이 없으면 연정으로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 지금은 우파인 국민당과 좌파인 녹색당이 내각을 구성하고 있다. 내각은 마치 '섞어찌개'처럼 통일성이 없다. 각 부처마다 진보와 보수가 섞여 있다. 그러나 불협화음 속에서 화음을 만드는 기술이 뛰어나다. 예를 들면 정부 수반인 연방 수상은 부처 장관에 대한 명령권과 통제권이 없으며 국무회의는 만장일치제이다. 만일 단 한 명의 장관이라도 반대한다면, 연방 수상은 본인의 의지를 관철할 수 없다. 합의와 타협의 기술이 뛰어나야 수상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다.

흔히 오스트리아를 '이익집단국가'라고 칭한다. 네 개의 사회적 파트너십인 노동자, 사용자 및 농업계를 대표하는 세 개의 '회의소'와 자유 결사체인 노동총연맹(노총)과 경제인 연합회가 주축이 되어 사회를 운영, 조율해 간다. 특이할 점은 직업에 종사하는 국민 대다수가 하나 이상의 주요 이익집단에 강제 의무로 가입되어 있다. 어찌 보면 국민 대다수가 직간접적으로 정치체계에 포함되어 나라를 운영한다.

2000년대 들어 난민문제, 신자유주의적 경쟁 심화로 오스트리아 국민들이 탈EU와 민족주의로 흔들리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이 오스트리아인들은 한 걸음 나아가 '융합과 재창조'로 새로운 지혜를 찾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국가와 지자체마다 새 정부가 구성되고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는 우리들이다. "오스트리아는 모든 대립을 지양하고 어느 한쪽으로 편향되지 않고 오로지 자유에만 충실해야 한다"는 오스트리아의 2대 대통령 '쾨르너'의 연설이 생각난다. 오스트리아처럼 '통합과 상생'의 대한민국을 꿈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