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동의 새론새평] 한동훈의 파격(?), 공직사회 상식으로 정착돼야

입력 2022-06-28 17:39:35 수정 2022-06-29 15:19:21

김승동 서울미디어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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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여러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한 장관은 27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및 효력정지 가처분을 청구했다. 개정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도 함께 신청했다. '위법한 절차'와 '국민 기본권 보호 의무 위반'이 청구 취지다.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였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절차와 내용 면에서 모두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청구인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직접 올렸고, 필요하다면 한 장관 본인이 변론을 나갈 수도 있다고도 밝혀 마치 로마시대 검투사 영화를 보는 듯한 데자뷔(deja vu)를 느낀다.

한 장관은 또 29일 미국 연방수사국(FBI) 방문 출장길에 항공 좌석을 일등석(퍼스트 클래스)이 아닌 비즈니스석으로 타고 간 것이 세간의 화제(話題)다. 한 장관은 출장을 준비하면서 검찰국에 일등석이 아닌 비즈니스 항공편 예약을 지시하면서 해당 지시도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언급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공무원 여비 규정과 기획재정부 예산 집행 지침에 따라, 장관급 공무원에게는 항공편 일등석을 탈 수 있는 운임비 상당이 지급되기 때문에 한 장관도 당연히 일등석을 탈 수 있다. 그러나 한 장관은 경제 상황을 언급하며 '작은 곳에서나마 예산을 절감하자'는 등의 취지로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항공료는 예약 시기별로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통상 비즈니스는 이코노미 가격의 2배, 일등석은 이코노미의 5배 정도인데, 이번에 한 장관이 이용할 항공기의 일등석과 비즈니스 항공권의 차액이 500만 원 정도 된다고 한다.

또 한 장관은 최근 법무부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도 자신의 현장 방문 등 장관 동정을 게시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 결과 현재 법무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메인 화면에서 한 장관의 동정을 찾아볼 수 없고 '취약계층을 위해 찾아가는 법률 주치의' '가사소송법 전면 개정 추진' '성폭력 피해 아동을 위한 아동친화적인 증거보전 제도 추진' '국선변호사 확대 배치' 등 법무부가 중점을 두는 정책과 제도 소개 내용으로 꽉 들어차 있다.

사실 많은 정부 부처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는 장·차관의 주요 동정이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도배돼 있다. 정책과 제도 소개는 둘째다. 설사 정책 홍보를 하더라도 장·차관의 비주얼과 사진을 앞세우고 있어 1980년대의 '땡전뉴스'를 보는 것 같아 유쾌하지 못한 인식을 받고 있었다.

한 장관은 또 이에 앞서 직원들이 자동차 문을 여닫아 주는 '의전'을 금지하고, 내부 문건 작성 시 자신을 포함한 간부를 언급할 때 '님' 자를 빼도록 지시해 현재 법무부 보고서와 문서 등에는 '님' 표현이 사라졌다고 한다. 비록 작은 것 같지만 매우 큰 의미이고 공직사회에 나비효과와 같은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한 장관의 이 같은 행보에 항간에는 자기 정치를 하는 것이라며 곱게 보지 않는 시선도 있으나,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와 공직사회의 변화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많이 느껴진다. 단지 한 장관이 특별하기 때문에 행하는 '파격'으로만 간주해선 안 될 것이다. 공복(公僕)인 공무원들이 지녀야 할 참된 자세로서 공직사회에 널리 확산돼 당연하게 실천돼야 할 새로운 공직 규범이 아닌가 생각된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이 공공기관의 '호화 청사'와 '고연봉' 등의 문제점을 지적한 만큼 차제에 공무원 여비 규정도 개정해 국무위원 등 장관급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해외 출장 시 항공기 좌석을 1등석 대신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도록 하면 어떨까. 공식적으로는 차관급이지만 장관들의 감독 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도 해외여행 시 항공기 좌석을 비즈니스석을 타고 다니고 있는 것도 감안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牧民心書) 제2장 율기육조(律己六條) 제5조 절용(節用)에는 '백성을 다스리는 수령은 반드시 자비로워야 하고, 자비로운 사람이 되려면 반드시 청렴해야 하며 청렴한 사람이 되려면 반드시 아낄 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다스리는 자로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아껴 쓰는 것이다'고 쓰여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