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정치 보복 수사' 프레임을 들고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관여 의혹을 받는 박상혁 민주당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와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 민주당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보복 수사'로 규정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안 간다는 보장이 있나"라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의원도 "검찰을 이용한 정치 보복, 정치 탄압이 시작된 듯하다"고 했다. 대장동 개발 의혹 수사를 두고 검찰이 자신을 피의자로 특정했다는 언론 보도에 이런 입장을 밝혔다. 정치 보복 수사는 혐의가 뚜렷하지 않은 사건을 억지로 꿰맞춰 보복하는 것을 지칭한다. 그러나 산업부 블랙리스트와 대장동 사건은 범죄 혐의가 수없이 쏟아진 것은 물론 문 정권에서 수사가 시작된 사건들이다. 정치 보복 수사와는 거리가 멀다.
정작 정치 보복 수사를 한 것은 문 정권이다. 임기 내내 적폐 청산을 앞세워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겨냥한 정치 보복 수사를 했다. 전직 대통령, 청와대 비서실장, 국정원장, 장·차관 등 수십 명이 수사를 받고 옥고를 치렀다. 1천 명가량이 조사를 받았고 200명 이상이 구속됐다. 정치 보복 수사에 열을 올렸던 문 정권 사람들이 자신들을 향한 수사를 정치 보복 수사라고 하니 적반하장(賊反荷杖) 말이 나오는 것이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이념 편향적 국정 운영과 자기편 챙기기 인사를 위해 법과 국익을 무시한 국기 문란 범죄다. 대장동 사건은 특혜 수천억 원과 뇌물 수백억 원이 오간 초대형 부패 범죄다. 이를 파헤치지 않고 덮는 것은 국가 근간을 허물고, 국민을 개·돼지로 여기는 행위다. 끝까지 수사해 진실을 밝혀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 전 대통령 앞에서 멈춘 불법·비리 수사가 하나둘이 아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은 민주주의 체제를 흔들고, 공직사회 중립성을 훼손한 행위다. 탈원전 과정에서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범죄까지 일어났다. 국가 문서를 임의로 조작하고 증거 자료를 삭제해 헌법기관의 감사를 방해한 국정 농단 사건이다. 탈원전을 하면 전기 요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보고를 받고도 묵살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권력이 다시는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도록 하려면 철저히 수사해 책임자를 엄벌(嚴罰)해야 한다.
이 의원은 대장동 외에 백현동 개발, 선거법 위반 사건을 둘러싼 대법원 재판 거래 의혹, 부인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합숙소 비선 캠프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에 휩싸여 있다. 문 전 대통령과 이 의원을 위해서라도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는 게 맞다. 두 사람은 정치 보복 수사 프레임으로 자신들을 보호하려고 하지 말고 떳떳하게 수사를 받아 의혹들을 씻어야 한다. 수사에 협조해 무고함을 입증하면 된다. 두 사람이 의혹들을 털지 않는다면 민주당이 정권을 되찾는 것은 물론 이 의원이 대통령이 되기는 힘들 것이다. 두 사람은 수사를 오히려 환영해야 할 일이다.
국민 통합 차원에서 전 정권에 대한 수사를 그만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범죄 혐의가 줄줄이 확인되는 사건들을 덮는 것은 정의와 공정, 상식을 부정하고 국가 기본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철저한 수사로 진실을 햇볕 아래 드러내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게 옳다. 그다음에야 국민 통합을 위한 조치들을 논의하는 게 맞다. 권력이 개입된 사건들을 끝까지 수사해 진실을 밝히라는 것이 국민의 지엄한 명령이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이철우 "안보·입법·행정 모두 경험한 유일 후보…감동 서사로 기적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