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가다 수필가(2021 시니어문학상 대상 수상자)
친구가 아들의 고깃집을 이용해달라면서 연락이 왔다. 아들 때문에 눈물 마를 날 없이 살아온 어머니였다. 고등학교도 마치지 못하고 부모 애간장을 다 녹이던 아들이 자수성가했단다.
터럭 하나까지도 부모로부터 받지 않은 것이 어디 있을까. 온몸에 새긴 문신을 보고 어머니는 까무러칠 뻔했다. 너 죽고, 나도 죽자며 아들을 두들겨 팼지만, 머리 굵은 자식을 이길 수 없어서 포기하고 살았다. "효도하겠습니다." 그 한마디 남기고 집을 나갔던 아들이 새사람이 됐다. 사람마다 그릇이 있는 모양이다. 불량아들이 모범생 큰아들보다 부모를 생각하는 품이 더 너르다고 자랑했다.
개업하던 날 사은품을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렸다. 가게 안에는 검정 티셔츠를 입고 깍둑깍둑 인사를 하는 청년 서너 명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대체로 문신은 폭력적인 이미지 때문에 가까이 접근하는 것을 피하게 된다. 나한테 직접적인 해가 없지만, 가까이하기에는 불편한 존재다. 그런 청년들이 사회에 적응하면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어흥!'하면서 눈빛을 빛내는 호랑이도 있었고 물보라를 일으키며 곧 승천할 것 같은 용도 있었다. 놀라서 잠시 숨을 멈추었다. 정육점 대표는 호랑이나 용보다 더 무시무시한 일본의 '닌자' 문신을 온몸에 감았다. 다소 위협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신선하기도 했다. 키가 작달막하고 얼굴이 뽀얀 귀공자 스타일이어서 문신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행복한 정육점 청년들의 '문신'은 나로 인해 그들도 모르는 사이에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이웃들에게 고기 사려면 '문신' 집에 가서 사라고 했다. '문신' 집 고기가 맛있고 품질이 좋다면서 선전했다. A등급인지 A+ 등급인지 사실은 품질이 어떤지 잘 모른다. '문신'은 깍둑깍둑 인사도 잘하고 누구한테라도 덤을 주었다. 부스러기 고기를 된장 끓일 때 넣으라면서 주기도 하고, 무 쌈이나 파 채를 넉넉하게 인정으로 주었다.
중국의 소수 민족들이나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몸에다 표식을 한다. 공동체 소속감이기도 하고 다른 부족에게 용맹스럽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리라. 청년들의 몸에 새겨진 문신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런 사람이요'하는 과시일까?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심리적 방어인가? 비록 몸에 문신을 새겼지만 이해하기 나름이다.
요즘은 문신을 '타투'(tattoo)라고 한다. 외래어를 사용하면서부터 고급스럽게 다가온다. 젊은이들에게는 멋과 미용으로 인기가 있다고 한다. 목욕탕에서도 엉덩이나 가슴 언저리에 애교점처럼 타투를 새긴 여성을 가끔 보기도 한다. '저렇게 해서 시집이나 갈 수 있을까'하는 걱정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개인 취향이고 미적 감각이며 퍼포먼스로 바라보게 된다.
생각해보니 나도 눈썹에 문신을 했다. 하여 우리는 타투 동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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