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독립출판서점 더폴락 “서점은 또 다른 작은 공연장”

입력 2022-06-15 14:19:07 수정 2022-06-15 15:49:10

'호작질' 응원을 모토로 ‘책 파는 곳’ 넘어 음악으로 소통
"지역 뮤지션 붐업(Boom-Up) 계기 만들고파"

지난해 11월 21일 오후 더폴락에서 열린 밴드
지난해 11월 21일 오후 더폴락에서 열린 밴드 '87댄스' 공연 모습. 더폴락 제공

지난해 11월 어느 휴일 오후. 대구 북성로에 있는 독립출판서점 더폴락이 북적였다. 50여 ㎡ 남짓한 공간에 20여 명의 사람이 빼곡히 들어찼다. 4인조 얼터너티브 밴드 '87댄스'의 공연이 열린 날이었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조용히 책을 고르는 손님이 있어야 할 서점에서 밴드 공연이 열린 까닭은 뭘까.

◆다섯 대학동기가 만든 아지트

더폴락은 독립출판물을 취급하는 대구 첫 독립출판서점으로 이름난 곳이지만, 언더그라운드 음악 마니아들에겐 음악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날 공연은 더폴락이 '폴락이다'란 이름으로 선보이는 16번째 토크콘서트 무대였다. 김인혜(38) 더폴락 공동대표는 "좋아하고 괜찮은 뮤지션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게 속상해 시작한 기획"이라며 "87댄스는 서울에서 활동하는 팀인데 지난해 공연은 처음으로 대구 팬들과 만난 자리였다. 87댄스는 공연 후 '대구에 다시 오고 싶다. 좋은 기억 가지고 간다'고 했는데, 그럴 때 느끼는 흐뭇함이 새로운 힘이 된다"고 했다. 87댄스는 지난 4월 EP앨범 'Soldout smile' 발매 기념 공연을 대구에서 열며 약속을 지켰다.

더폴락의 시작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디음악을 좋아해서 공연기획을 하고 싶다는 친구, 소규모 영화제를 기획해보자던 친구, 책을 만들자는 친구 등 비슷한 성향의 대학 동기 5명이 함께 '아지트'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2012년 10월 문을 열었다. 꿈꾸는 것들을 모두 담을 수 있는 게 서점이라고 생각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처음엔 대명동에서 시작했고, 2년 뒤쯤 북성로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동네가 재개발이 되면서 2019년쯤 지금의 자리(중구 경상감영1길 62-5)로 오게 됐다. 그 사이 더폴락은 협동조합이 됐다. 창립멤버 중 3명은 조합 이사로, 김 대표와 최성(38) 공동대표는 2015년쯤부터 전업으로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

독립출판서점 더폴락의 최성(왼쪽)‧김인혜 공동대표. 더폴락 제공
독립출판서점 더폴락의 최성(왼쪽)‧김인혜 공동대표. 더폴락 제공

◆당신의 호작질을 응원합니다

연필, 독서노트 등 더폴락의 굿즈에 적힌 문구가 재미있다. '당신의 호작질을 응원합니다.' 호작질은 '쓸데없는 손장난'을 의미하는 경상도 사투리다.

이 문구는 더폴락의 모토다. 상당수 독립출판물이 그렇듯, 별것 아닌 것이 생각하기에 따라 의미있는 게 될 수도 있다. 쓸모없어 보이는 가치있는 일을 응원한다는 의미다.

더폴락의 두 대표는 호작질을 응원하는 데 머물지 않고, 직접 '호작질'을 통해 사람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아마도 생산적 활동'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가을 여는 독립출판 페스티벌이 대표적이다.

지역 안팎의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을 초청해 여는 토크콘서트 '폴락이다' 또한 같은 맥락이다. 2, 3년쯤 중단되긴 했지만 2013년부터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출판물 제작뿐만 아니라 음반도 2장이나 냈다.

최근에 낸 건 '우리네'란 이름의 EP. 태재라는 필명으로 대구에서 활동하는 독립출판 시인의 시에, 일러스트레이터 겸 싱어송라이터 기탁 씨가 멜로디를 붙이고 부른 곡을 담은 음반이다. 앞서 대명동 시절엔 엠비언트 음악을 하는 시마킴과, 일본 드림팝 뮤지션 아메리칸그린의 콜라보 앨범을 제작했다.

◆지역 인디신(scene) 활동 알리고파

올해는 또 다른 '호작질'이 시작됐다. 두 대표는 더폴락의 컴필레이션 앨범 '작은 책방을 위한 노래'(가제) 준비로 분주하다. 서점이나 독서, 책 등을 모티브로 하거나 영감을 받아 만든 국내 뮤지션 8개 팀의 곡을 LP앨범에 담을 예정이다.

참여 뮤지션은 김빛옥민, 오늘도무사히, 폴립, 단편선, 천용성, 에몬, 신승은, 아날로그소년. 모두 작은 책방의 정서를 좋아하고 독립문화를 사랑하는 팀이자 더폴락과 꾸준히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뮤지션이다. 이들과 함께 협업해 결과물을 만든다는 게 기획 의도다. 앨범이 나온 뒤엔 서점에서 기념공연도 열 계획이다.

7, 8월쯤엔 '폴락이다' 공연도 재개한다. 올해 총 2, 3차례 정도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인혜 대표는 "대구엔 어느 도시보다 많은 뮤지션이 활동하고 인디신(scene) 또한 활발하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너무 안타깝다"며 "적절한 브랜딩을 통해 붐업(Boom-Up)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미흡한 부분을 채워가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