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새책] 세상에서 가장 짧은 한국사

입력 2022-06-16 11:35:09 수정 2022-06-18 07:21:45

김재원 지음/ 빅피시 펴냄

중국 길림성 집안의 국내성 인근에 세워진 광개토대왕릉비. 매일신문 D/B
중국 길림성 집안의 국내성 인근에 세워진 광개토대왕릉비. 매일신문 D/B

'한국사'는 예나 지금이나 학생들에게, 또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애증의 과목'일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역사인 만큼 어떤 과목보다 알아야 하고, 알고 싶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연도나 사건을 달달 외워야 하는 '무식한 암기 과목'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어느 과목보다 큰 흐름을 알고, 재미있어야 할 과목이 그냥 외울 것 많은 암기 과목으로 폄하되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이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한국사'. 한국사를 책 한 권에 담았기에 이같은 제목을 붙이지 않았을까 싶다. 지은이 김재원은 우리나라 사람이 정작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역사는 수많은 인과 관계의 총합이다. 우리가 벼락치기 암기로 배워온 단편적인 사실 관계의 나열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쉽게 서술된 점이다. 소설을 읽듯이 시간 순으로 술술 넘어가도록 하면서 고대사부터 근·현대사까지 아우르는 한국사의 큰 맥을 잘 짚고 있다. 5천 년이라는 장대한 시간을 단 한 권으로, 그것도 가장 짧은 내용으로 함축해 정리한 것은 어찌 보면 한국사에 대한 지은이의 내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책 말미에 나열해놓은 방대한 참고자료 리스트만 봐도 지은이가 이 책을 위해 얼마나 많은 연구와 고민을 했을지 짐작해볼 수 있다.

지은이 김재원은 고려대에서 한국사학을 전공해 석사와 박사를 수료했고, 현재 서울시립대와 백석예술대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역사학자다. 저술 활동 뿐 아니라, 유튜브 채널 '공부왕찐천재' 등 다양한 방송에 출연하면서 한국사를 재미있게 설명하는 이야기꾼 노릇을 하고 있다.

책 곳곳에 흥미로운 주제들도 많다. 먼저 고대 시대 '고구려'라는 화려한 주인공을 위한 일종의 조연 정도로 치부된 부여가 실제로 '부의 상징'으로 통한다는 내용은 눈길을 끈다. 당시 고구려나 백제가 모두 자신들의 뿌리를 부여에서 찾고, 고구려인과 백제인 사이에서 '부여 출신'이 관력의 상징으로, 부유층으로 상당히 대우받았다고 한다.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건국된 게 부동산 때문이라는 주제도 색다른 접근이다. 몽골과의 오랜 전쟁으로 고려의 국토가 엉망이 되자, 고려 조정은 권세가들에게 황무지를 나누어 주고 개간을 장려한다. 하지만 권세가들은 점차 고려의 산천을 장악하면서 땅을 뺏기며 갈수록 가난해진 백성들은 "송곳 꽂을 땅도 없다"며 고려의 현실을 한탄한다. 더욱이 왜구들까지 득세하며 백성들은 대내외적으로 괴롭힘을 당한다. 결국 짓밟힐 대로 짓밟힌 백성들을 구하는 정치인들이 태동하는데, 그들이 조선 건국을 이끈 신진사대부들이다.

이처럼 이 책은 우리가 파편적으로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맞물려 있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380쪽, 1만7천8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