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경제적 섬'이 두려운 진짜 이유

입력 2022-06-14 16:36:14 수정 2022-06-14 18:57:25

강은경 서울뉴스부 기자
강은경 서울뉴스부 기자

"냉정하게 기업 입장에서도 봅시다. 수도권과 인접한 충청권과 물류 거점인 부산이 아닌 대구경북으로 투자를 끌어당길 확실한 유인책이 있습니까?"(전 기획재정부 출신 고위 관료)

"차별화된 지역 먹거리가 없으면 청년들이 떠나고 결국 기업과 사람도 올 수 없습니다. 지역 경제가 상당히 심각한 지점에 있습니다."(경제학과 대학교수)

최근 만난 경제 전문가들이 지역 경제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지금 이대로라면 대구경북이 경제 위기라는 태풍 속 '섬'이 될지도 모른다는 비유를 했다. 윤석열 정부에 거는 지역민들의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지만 경제 논리와 현실을 따져 보면 혁신성, 미래 먹거리가 동반되지 않고서는 지역 경제가 더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성 메시지였다.

지역 경제지표는 이미 여러 차례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28년째 17개 시·도 중 최하위에 있고, 경북은 전국 인구 감소 지역 89곳 중 가장 많은 16곳 시군이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4월에는 대구경북 인구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500만 명' 선까지 붕괴됐다.

섬마을에 봄바람이 불어오면 뭍으로 나가려는 젊은이들로 섬이 요동친다는데, 수많은 청년들이 떠나려는 대구경북은 '섬'의 모습과 다르지 않은 것일까. 예고되는 위기 속에 지역 미래가 어둡지만 더 큰 문제는 대구경북에 이렇다 할 어젠다는 물론 추진력도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면 타 지역들이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위기의식과 절박함을 갖가지 현안과 전략으로 표출하고 있는 점은 위기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부산·울산·경남은 국비 건설이 확정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시작으로 110대 국정 과제에 반영된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 등 대형 프로젝트로 지역 경제의 동력을 만들고 있다.

내년엔 국내 최초 특별지자체인 '부울경 특별연합' 출범까지 앞둔 가운데 충청권은 국민의힘 소속 시도지사 공동 공약에 따라 충청권 메가시티 조성에 본격 속도를 내고 있다. 강원도도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특별법'에 따라 각종 규제가 완화돼 지역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한 상황이다.

아울러 대전은 방위사업청 이전에 이어 지난 13일 방산혁신클러스터 유치까지 성공하면서 고무된 분위기다. 같은 경쟁에 나섰던 경북 구미가 유치에 실패하자 지역 경제계에서는 향후 지자체 간 '초격차'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불안감도 적잖게 나온다.

가장 먼저 최대 역점 사업인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사업에서부터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찮지만 좀처럼 속도를 못 내고 있다. 가덕도신공항과 달리 110대 국정 과제에 반영되지 않아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여소야대 형국에서 1년 넘게 계류 중인 통합신공항 특별법 통과에 노력을 쏟아야 하는지, 기존 법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역 합의도 불분명하다.

IBK기업은행과 대법원 대구 이전 역시 대전, 부산과 달리 국정 과제에 포함되지 않아 동력 마련이 쉽지 않고, 국내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대구경북 행정통합도 논의만 거듭하다 중단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지역 경제계와 지역민들은 청년들이 떠나고 기업과 사람이 오지 않는 '섬'이 되지 않으려면 서둘러 지역 정치권이 경제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단의 조치로 중앙정부를 설득하고 압박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시장과 도지사와의 협력과 연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다.

대구경북이 진보 진영 정권에선 '정치적 섬'으로, 앞으로는 '경제적 섬'으로 고립될 수도 있는 암울한 기로에 서 있다. 이제 '경제적 섬'을 두려워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