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헌호 대구가톨릭대 대학원 종교영성학과 교수
"우리 지구가 먹여 살릴 수 있는 인구 수는 얼마나 되니?"
그날 그가 던진 질문이다. 나는 그가 이 질문을 하면서 '우리 지구가 현재 인구를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는데, 가진 자들이 분배를 옳게 하지 않아서 큰 문제다'라는 의미를 함께 던졌다는 것을 알았다. 그와의 대화는 그날 이전에도 수없이 많았기에 그의 마음 속에 어떤 것이 담겨있는지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어느 날, TV에서 케냐의 한 여성 환경운동가의 말을 듣고 다소 놀란 적이 있다. 굶주리는 사람이 많은 아프리카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오랜 기간 국제사회가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여유가 있는 서구사회 일원들은 더 도와주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지, 외면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도 1991년부터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통해 어려운 나라들을 돕는 데에 성의를 내왔다.
하지만 그날 TV 속의 케냐 환경운동가는 목소리를 높여 "이제 우리 아프리카에 그만 가져다주세요. 사람들이 그것에 길들여져서 자립심을 기르지 않아 점점 더 수렁으로 빠져듭니다"라고 호소했다.
그것을 보며 '아, 이제 아프리카 사람들의 의식이 저렇게 성장했구나'라는 생각의 한편으로 그들을 위한 도움이 진정한 도움이었는지, 그들을 원래 그대로 뒀어야 했는지 등 많은 생각이 들었다.
미국, 캐나다, 러시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호주 등 넓은 땅에서 많은 양의 곡물을 생산해 여유분을 비축한 나라들이 무상으로 아프리카의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분배하는 것은 사실 많은 수고가 드는 일이다. 키우는 것뿐만 아니라 때맞춰 수확하고, 그것을 여러 단계에 걸쳐 운반·포장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노동과 경비가 든다. 무상으로 분배하는 것이 누군가가 쉽게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산과 분배, 유상과 무상 사이에는 언제나 조정이라는 긴장이 함께 한다. 오늘날 지구촌에서 진행되고 있는 곡물 생산과 이동에는 이러한 조정 작업이 끊임없이 함께하면서 진행되고 있다.
지구촌의 다양한 먹거리 문제들을 좀 더 휴머니즘적이고 안정적으로 해결하려면, 우리가 좀 더 깨어난 의식으로 무장해 현재보다 나은 생산과 분배의 방식을 개발해내는 작업에 좀 더 매진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발생하는 부족한 부분은 누구를 탓하기보다 함께 견뎌나가면서 인간 삶의 근본에 대한 영적 숙고의 자료로 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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