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혁 소설가
합성어란 뜻을 가진 가장 작은 말의 단위인 형태소가 두 개 이상 모여 하나의 단어가 된 말을 뜻한다. 손발, 남녀, 앞뒤 등과 같이 따로 떼어놓아도 각각의 의미가 분명한 합성어가 있고 종이호랑이나 쥐뿔처럼 떼어놓은 것과 붙여놓은 것의 쓰임이 다른 경우도 있다. 그 문법적 원리가 어찌 되었던 합성어는 일상 속에서 사람들이 두 형태소를 붙여서 많이 사용하다 보면 만들어지는 법이다. 특히 우리말은 명사들의 결합이 매우 용이해서 '만들면 다 말'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변하다 보면 말은 만들어지게 마련이고 또 쓰임이 다해 더 이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지 않는 단어들도 생겨난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는 없지만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사용해 온 것처럼 '집밥'과 '손글씨'라는 단어를 이제는 '딱 부러진 한 단어'로 사용하고 있다. (물론 사전에 등재된 단어는 아니다.)
이런 합성어를 문법적으로는 '수식 합성어'라고 부르는데 산나물(산에서 나는 나물)이나 물고기(물에 사는 고기)가 여기에 해당한다. 말하자면 집에서 먹는 밥과 손으로 쓰는 글씨가 새로운 의미체계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인데 하나로 쓰이던 밥과 글씨가 세월이 흘러 '식당 밥'과 '집밥', '컴퓨터 글'과 '손글씨'로 나뉜 것이다.
'라떼는 어쩌고'하며 변해버린 세태의 서글픔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집에서 가족과 함께 식탁에 앉는 것보다 식당에서 동료와 혹은 혼자 먹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일반화되었고 컴퓨터나 전자기기로 글을 쓰는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펜과 종이가 어색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집밥'과 '손글씨'는 현재와 과거를 동시에 담고 있는 합성어이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 혼자 끓여 먹는 라면을 '집밥'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또한 포스트잇에 대충 휘갈겨 쓴 거래처 전화번호를 '손글씨'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무언가 아련한 것이 묻어 있고 추억할 만한 가치가 있는 밥과 글씨를 떠올릴 때, 이 합성어들은 비로소 그 쓰임이 생긴다. 온 가족이 모여 앉아 함께 먹었던 따스한 저녁밥을 '집밥'이라 부르고, 정성을 가득 담아 알록달록한 편지지에 눌러 적었던 글을 '손글씨'라고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아주 범박한 구분이기는 하지만, 변하지 않는 진리나 진실이 거친 세상에서 삶의 중심을 잡게 해 줄 것이라는 관점과 끊임없는 변화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 인간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 것이라는 시점이 대결 혹은 조화를 이루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유지와 발전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응당 하나의 뜻만을 가질 것이라 생각했던 이 두 단어가 분리되어버린 세상을 그리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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