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돈 맺읍시다" 자식 대신 부모 맞선…달서구청 '천생연분 찾는데이' 인기

입력 2022-06-08 16:21:35 수정 2022-06-08 19:09:14

부모들이 자녀 프로필 들고 상대 부모와 미팅하는 식
인기 고공행진, 신청 경쟁률 5:1…경기도에서도 참여 문의
아직 결혼까지 이어진 경우는 없어, 관련 정책 더 뒷받침해야

지난 2020년에 진행된 대구 달서구청의
지난 2020년에 진행된 대구 달서구청의 '내 자녀 천생연분 찾는데이(day)' 행사 모습. 달서구청 제공

"우리, 사돈 맺어 봅시다!"

코로나19로 혼인율이 감소하는 가운데 부모들이 자녀들의 혼인 상대를 직접 찾는 사업이 눈길을 끈다.

대구 달서구청은 부모들이 자녀의 배우자감을 찾아 나서는 '내 자녀 천생연분 찾는데이(day)' 행사가 오는 10일 열린다고 8일 밝혔다. 이 행사는 바쁜 직장생활과 이성간 만남 부족으로 결혼이 늦어진 자녀를 둔 부모들의 관심과 요청으로 지난 2020년 9월 전국 최초로 시작됐다.

연 2회, 평균 25팀이 참가하며 다음 행사는 오는 9월에 열릴 예정이다. 자녀가 달서구에 있는 직장에 다니거나 부모, 자녀가 달서구민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행사는 결혼 적령기의 자녀를 둔 부모들이 참석해 미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전에 제출한 자녀의 직업, 키, 성격, 이상형 등을 담은 프로필을 탁자 위에 올려두고 마음에 드는 상대방의 부모와 이야기를 나눈 뒤 연락처를 얻고 돌아가는 것이다.

참가 신청도 줄을 잇고 있다. 달서구청에 따르면 1회차당 평균 경쟁률이 5대 1에 달한다. 지난해까지 모두 100팀이 참가해 이 중 26쌍이 매칭되면서 경기도 등 타지에서도 참석을 원하는 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다.

자녀의 결혼을 위해 부모들이 대거 나서는 '신(新)풍경'에 에피소드도 적잖다. 지원자 중 남성의 비율이 높다보니 딸을 둔 부모들이 비교적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이고, 남성 지원자 부모는 '제사가 없다'는 점을 어필하는 등 너도나도 자랑에 나선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미팅 뒤에도 2, 3순위로 눈여겨봐 뒀던 상대방 자녀들이 자꾸 생각난다는 연락이 자주 온다"며 "초기에는 어머니들만 행사에 참여했는데 최근에는 아버지들도 함께 나와 자녀의 짝을 찾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참여 팀 중 결혼까지 이어진 커플이 없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지자체의 저조한 혼인율, 출산율 극복을 위한 정책이 함께 뒷받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혼인 건수는 전년 동기보다 2천637건(5.5%) 감소한 4만5천377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4만4천192건 이후 가장 적은 수치로 통계청은 결혼에 대한 사회적 가치관 변화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설명했다.

김한곤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혼인율이 감소함에 따라 지자체의 다양한 결혼장려정책은 좋은 시도로 볼 수 있다"면서도 "인구 정책은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세워야 변화가 일어난다. 이벤트성으로 끝낼 게 아니라 저출산 및 인구 감소 극복을 도모할 정책을 개발해 함께 시행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