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철의 새론새평] 승리한 국민의힘과 패배한 민주당에게

입력 2022-06-08 13:46:07 수정 2022-06-09 14:35:44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완승했다. 대선에 이은 두 번째 큰 승리다. 대통령 취임 22일 만에 치르는 '구도'가 좋은 선거였다. 더불어민주당의 자중지란도 승리의 큰 몫이었다. 국민들께서 "그래, 윤석열 정부 제대로 한번 일해 봐라"는 기회를 준 것이다. 이 승리의 의미가 국민의힘이 잘해서라는 착각에 빠져서는 안 된다.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민주당을 5년 만에 심판한 민심의 매서움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한 면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혁신위원회'를 통해 당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박수받을 만한 일이다. 야당이 지리멸렬할 때, 여당인 국민의힘은 개혁의 고삐를 더욱 죄어야 한다. 그래서 지지해 준 국민들의 성원에 보답해야 한다.

불안한 요소가 있다. 이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절차 말이다. 윤리위는 24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 대표 징계의 건을 논의하려는 계획을 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가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좀 더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첫째, 경찰의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사건의 실체에 대한 사실관계가 규명되지 않았다. 둘째, 규명되지 않은 사건에 대한 해결 과정의 부적절성을 놓고 품위 유지 위반으로 징계 절차를 밟는 것은 순수하지 못한 의도가 엿보인다. 이 대표를 불편해하는 세력이 이 대표를 쫓아내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강하게 할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를 이끈 국민의힘의 인물이다. 당은 그러한 인재를 잘 보호하고 키워서 대한민국의 지도자로 키워야 한다. 견제와 억압은 사태 해결의 핵심이 아니다. 소위 윤핵관들은 배려와 아량으로 그를 포용하길 바란다.

정진석, 권성동 의원의 정치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끼리 싸우면 결국엔 망한다. 지난 시절 친이-친박으로 당은 망했고, 민주당은 친명-비명의 싸움으로 망해 가고 있다. 계파 전쟁은 당을 파멸로 이끈다. 합심해서 윤석열 정권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라.

민주당은 최악을 벗어난 완패를 했다. 당연히 예정된 결과였다.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지도부의 갈등과 혼란은 지지층을 체념하게 만든다. 실망한 그들이 투표장에 나가지 않았다. 역대 두 번째, 50.9%라는 저조한 투표율이 그것을 입증했다. 대선 패배 이후에도 반성과 성찰 없이 기득권 장악에 급급했던 계파 수장들, 선거 과정 중에 갈등과 혼란만 일으킨 한심한 지도부들, 명분 없는 출마에 당과 다른 후보들에게 피해만 줬던 이재명, 송영길 후보가 선거 패배의 원인이다.

민주당은 앞으로가 더 문제다. 지방선거 패인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던 '이재명 리스크'가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의 리스크'가 되었다. 앞으로 민주당은 이 의원이 8월 전당대회에 당 대표로 출마하느냐, 안 하느냐를 두고 극심한 내홍에 빠질 것이다. 지선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총괄선대위원장이었던 이 의원의 당 대표 출마가 맞느냐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8월에 선출되는 당 대표는 2024년 총선 공천권을 갖기 때문에 당 대표를 차지하기 위한 계파 간 전쟁이 민주당을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것이다.

우상호 의원 중심의 비대위원회를 꾸린다고는 하지만,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이라는 점과 권한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혁신을 주도할 동력은 없어 보인다. 말로만 혁신비대위지, 결국 8월 전대 준비기구에 불과할 것이다. 결국 관건은 8월 전대의 당 대표 및 지도부 선출 방식과 구성원이 문제다.

조언하자면, 민주당의 첫 번째 살길은 '이재명 의원이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는 것이다. 당을 살리기 위해 백의종군하라는 얘기다. 물론 '당 대표-공천권 행사-대선 출마'의 정치적 로드맵을 갖고 있는 그가 이러한 선택을 하기 어렵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자신보다 당을 먼저 생각하는 통 큰 정치를 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계파에 자유로웠던 이준석을 당 대표로 선출해 당 이미지를 바꾸고 대선과 지선을 승리한 전례를 잘 살펴보기 바란다.

정당은 언제나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자기 개혁'을 해야 한다. 정당은 언제나 국민들의 민심에 주파수를 맞춰야 한다. 우리 내부의 사정과 논리로, 고집과 신념만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는 정당으로 거듭나기는 불가능하다. 당분간 큰 선거가 없다. 혁신할 좋은 기회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대한민국 정치 발전을 위한 개혁 경쟁에 모든 사활을 걸어 주길 바란다. 그것이 바로 정당의 존재 이유이자, 살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