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달빛, 그리고 태백산맥

입력 2022-06-07 10:55:40 수정 2022-06-07 17:34:38

안윤하 시인

안윤하 시인
안윤하 시인

태백산맥의 동쪽은 불타고 있다. 나무들의 타는 목마름 끝에 비가 내린다. 비야 내려라 흠뻑 내려라.

전국동시지방선거로 뜨겁게 시작한 6월은 6.25전쟁이 있었던 호국의 달이다. 현충일에 호국 영령께 감사와 추모 묵념한다. 선거와 전쟁의 폐해는 연관성이 있다.

지리적으로 호남과 영남은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이 가로막고 있다. 양쪽 지방은 북한 침략 전쟁에서 최후의 피난처였다. 그중 낙동강 전선으로 영남만 점령되지 않았다. 그래서 영·호남이 겪은 고통과 공감대는 매우 다르리라. 전쟁 이후에, 양쪽 지방은 태백산맥에 막혀 각자 서울과 중부지방과 교류하며 공감대를 형성했으리라. 여기에 정치가 기름을 부어 불을 지폈다고 생각한다. 정치권의 갈라치기는 태백산맥의 높고 깊은 장벽보다 더 높고 깊게 보인다.

호남·영남사람들이여, 우리는 언제 한 국민으로 서로 이해할 수 있을까.

영·호남의 고속도로가 4차선으로 확장되어 '달빛도로'로 명명되었다. 달빛은 달구벌과 빛고을의 앞글자를 딴 이름이다. 확장 개통을 기념하여 양쪽 예총이 달빛동맹 교류로 앞장서 화합을 시도하였다. 양쪽 지방정부는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기획하여 동서화합을 유도하였다. 여기서 달빛동맹 교류의 에피소드를 소개할까 한다.

광주 예총이 기획한 교류 행사를 통해 전남 여수에 있는 금오도를 방문한 적이 있다. 여수에서 출항하는 배에서 연육교를 보며 한국의 교량 건설기술에 감탄하는 중이었다. 다도해의 섬들은 연육교로 육지와 연결이 되고 있었다. 장의자에 혼자 앉아 있으니 세 남자가 옆에 앉았다. '어디서 왔냐'고 물어서 '대구에서 왔다'고 대답했다. 그들은 '대구의 도로는 구석구석 넓게 뚫려있지요. 금오도는 좁고 굽었지요. 개발은 영남에 치우쳤지요'라고 흥분했다.

나는 연육교를 가르켰다. '연육교 하나를 건설할 돈으로 대구의 도로 전체를 건설하고도 남아요. 대구는 대한민국에서 GDP가 가장 낮아요. 대통령 선출될 때마다 양보와 소외를 강요당했기 때문이지요. 정치인들이 권력을 잡기 위해 갈라치는 선거 공세에 넘어가지 맙시다'라고 대꾸했다.

'풰엔 현상'이라고 하지요/ 호남평야의 서풍이 검은 입김을 가득 담아 정상에 오르면 홍수를 일으키지요/ 메말라진 바람은 산봉우리를 넘어 내려가며 뜨거운 입김으로 부추기지요/ 압력밥솥의 증기 분출구는 막혀있고. 동서를 이간질한 높새바람들은 태백산맥을 탓하며 산봉우리들을 징검징검 밟고 서울로 달려가지요/ 우리는 달빛 아래에서 태백산맥 탓이라고 하지요 - 안윤하, '달빛, 그리고 태백산맥'의 축약

높새바람들이 불더라도 우리는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가진 하나의 국민! 영호남 사람들이여 태백산맥의 달빛 아래 왕래하며 서로의 마음을 섞고 아픔을 달래며 예술로 동서 공감의 거리를 좁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