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0.73%P와 김동연

입력 2022-06-03 18:29:29 수정 2022-06-05 13:13:51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19세기 후반 조선과 일본의 시간상 거리는 '한나절'이었다. 아침에 일본 후쿠오카에서 배편으로 출발하면 저녁 전에 부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처럼 이웃해 있었지만 쇄국정책(鎖國政策)을 고수하던 양국의 개항 시기에는 22년이라는 큰 차이가 난다. 일본은 1854년 3월, 조선은 1876년 2월.

개항 전, 조-일 양국은 각각 서양 함대를 맞아 '전투'를 치른 적이 있다. 서양의 압도적 화력에 조선-일본 모두 큰 피해를 입었지만 후속 조치는 달랐다. 조선은 척화비(斥和碑)를 세워 쇄국을 강화했고, 일본은 개항과 함께 서양의 앞선 과학과 기술을 받아들였다. 조선은 서양 함대가 퇴각한 것에 주목했고, 일본은 서양 함대의 화력에 주목했던 것이다.

3·9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0.73%포인트(p) 차이로 패했다. 민주당은 패배보다는 '0.73%p'에 주목했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말이 민주당에서 유행했다. 그 결과 반성, 책임, 협치, 상식은 찾아볼 수 없었고, 거대 의석을 앞세운 국회 독재로 나아갔다.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반성과 혁신을 요구하자, 민주당 지지자들은 '역대급 진상 패악질'이라며 비난했다. 당내 높은 분은 책상을 쾅 내리치며 성을 냈다. 조선의 흥선대원군이 전국에 '척화비'를 세우고 '화친하자'는 사람들을 '매국노'로 몰아붙인 행태와 다를 게 없다. 조선은 망했고, 민주당은 지선에서 12대 5로 참패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가 0.15%p 차이로 승리하자 민주당에서는 '대역전'이라고 환호했다. 김 후보가 역전승한 게 맞나? 3·9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경기도에서 50.94%를 득표, 45.62%를 득표한 윤석열 대통령보다 5%p 이상 앞섰다. 민심이 더 멀리 떠난 것이다.

서양 세력이 물러갔다는 외피에 주목했던 조선은 결국 망했다. 외피만 보았을 뿐, 서양의 우수한 과학기술이라는 내용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김동연의 0.15%p 차이 승리가 민주당에 독(毒)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