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잘싸' 임미애, 경북 민주당 자존심·명맥 되살렸다

입력 2022-06-03 16:44:47 수정 2022-06-03 20:40:12

낙선했지만 22.04% 만만찮은 득표율
'보수 텃밭' 아래 사그러진 野 살려냈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경북도지사 후보가 19일 구미역 앞 광장에서 열린 유세단 출정식에서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춤을 추며 6·1 지방선거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경북도지사 후보가 19일 구미역 앞 광장에서 열린 유세단 출정식에서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춤을 추며 6·1 지방선거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경북도지사 후보가 시작부터 사실상 패배가 예견된 선거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대선 직후 치러진 불리한 전장, 상대는 현직 프리미엄을 쥔 이철우 국민의힘 후보였지만 20%를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저력을 발휘했다.

비록 낙선했지만, 대선 이후 더 짙어진 지역의 보수 성향 아래서 자칫 사그러질 뻔한 경북 민주당의 자존심을 되살렸다는 평가다. 앞으로 TK 민주당에서 임 후보가 맡을 역할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1일 열린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경북도지사에 출마한 임 후보는 득표율 22.04%로 이 당선인(77.95%)에 밀려 낙선했다.

득표율만 보면 '트리플 스코어'(3배 격차) 이상 압도적 열세였지만, 뜯어보면 그야말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의 정석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를 앞두고 공천 신청을 접수했을 때 경북도지사에는 아무도 신청하지 않았을 만큼 '험지 중 험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당은 임 후보를 '전략공천'했다. 임 후보는 스스로 "경북 민주당 후보들에게 울타리라도 돼주고 싶었다"고 설명한 마음으로 공천을 받아들였다.

임 후보는 공천 당시 매일신문과 통화에서 "당이 대선 패배 이후 허탈해하고 무기력감에 빠져있는 상황에도 후보자들이 밭을 갈러 나와있다"며 "그 사람들과 지지자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위로를 줄 수 있는 것이 제 역할이라면 피하지 않기로 했다"고 출마 배경을 설명했었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경북도지사 후보가 19일 구미역 앞 광장에서 열린 유세단 출정식에서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춤을 추며 6·1 지방선거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경북도지사 후보가 19일 구미역 앞 광장에서 열린 유세단 출정식에서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춤을 추며 6·1 지방선거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그러나 표밭은 황량하기만 했다. 시작부터 '패배가 예정된 선거'라는 평가였다. 경북은 누가 뭐래도 보수정당의 오랜 텃밭이다. 지난 3·9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경북 득표율은 72.76%에 달했다. 더욱이 상대는 3선 의원 출신으로, 국민의힘 내에서도 공천 경쟁자가 없어 단수 공천을 받을 만큼 세력이 강한 이철우 후보였다.

사실상 당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알면서도 경북 23개 시·군을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의성군의원 재선에 경북도의원을 지낸 임 후보의 저력은 살아있었다. 맥없이 패할 것이란 예상을 비웃는 듯 20%를 넘는 득표를 해냈다.

꺼질 뻔 했던 경북 민주당의 불씨도 살아났다. 민주당 경북도당은 이번 선거에서 포항과 안동, 구미 등지에서 지역구 기초의원 등 27명의 지방의원을 배출했다. 임 후보의 '울타리'가 없었다면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는 평이다.

민주당 경북도당도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며 경북도민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도당은 2일 논평을 통해 "짧은 선거기간 임 후보가 기대 이상 득표로 선전했고, 지방의원들도 당선시켰다"며 "경북의 풀뿌리 민주주의와 지역 발전을 위한 희망의 불씨를 살려주신 것으로 알고 최선을 다해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임 후보는 27년 만에 처음 등장한 여성 경북도지사 후보였다. 서울 출신으로 1987년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으로 민주화운동을 했다. 1992년 배우자인 김현권 전 의원과 함께 의성으로 귀농해 농업과 축산업에 종사하다 정치에 투신한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