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권자 12만명 시대…"첫 투표로 소속감 느껴요"

입력 2022-06-01 19:28:31 수정 2022-06-01 22:42:45

2006년 첫 도입 이후 꾸준히 외국인 유권자 증가
반면 외국인 지방선거 투표율은 계속 감소
정치 성향보다는 이민자 위주의 생활 정책 원해

한국에 와서 첫 투표권을 가지게 된 베트남 귀화자 이주원(27) 씨가 아이를 돌보고 있다. 김세연 기자
한국에 와서 첫 투표권을 가지게 된 베트남 귀화자 이주원(27) 씨가 아이를 돌보고 있다. 김세연 기자

"20살에 한국에 와서 애도 낳고 살았는데 이제야 한국에 소속된 느낌이에요. 한국의 평등함을 다시 한번 느끼고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지 8년 차에 접어드는 이주원(27) 씨는 이번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첫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 씨는 20살이 되자마자 한국행을 택해 경북 성주군에서 줄곧 거주해왔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리며 한국에 정착하기로 결심했고, 첫 참정권을 얻고서야 한국에 대한 소속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 씨는 "선거 공보물 안내도 잘 되어 있고 남편도 투표하는 방법을 설명해줘서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국에 온 지 6년 만에 참정권을 취득해 첫 사전투표를 마친 베트남 귀화자 장세희(31) 씨도 첫 투표에 대한 뿌듯함을 전했다. 장 씨는 "한국 국적을 취득해도 무시와 차별을 많이 받았다. 첫 투표인만큼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외국인 차별에 대한 인식이나 외국인 근로자 일자리 창출에 관한 공약에 관심이 많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 2006년 제4회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지난 18세 이상 외국인에게 투표권이 주어졌다. 당시 6천명에 불과했던 외국인 유권자 수는 꾸준히 증가해 이번 6.1지방선거의 외국인 유권자 수는 12만6천668명에 달한다. 투표권이 주어지는 비자인 영주권(F-5) 취득자와 귀화 외국인의 수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외국인 유권자 또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향후 풀어야할 과제로 꼽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외국인 지방선거 투표율은 2010년 제5회 지방선거 35.2%, 2014년 16.7%, 2018년13.5%로 꾸준히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투표율이 꾸준하게 상승한 것과는 정반대다.

첫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지만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우즈베키스탄 이민자 황티란아인(26) 씨는 "공약을 봐도 인지하기가 어렵다. 그저 숫자로만 몇 번 후보를 뽑을 수는 없다"고 했다.

외국인 이민자들이 우리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는 서구가족센터 외국인이주여성 담당자는 "아무래도 육아 등 사는 게 바쁘고 힘들다 보니 정치에 관심을 많이 가지지 않는 경향도 있다"며 "외국인 유권자 관련 공약을 많이 내세워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31일 대구서구가족센터에서 외국인 이민자 대상 원예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김세연 기자
31일 대구서구가족센터에서 외국인 이민자 대상 원예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김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