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만을 기준으로 삼은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미 우리 사회에 도입된 지 수년이 흘렀지만 취지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논란이 큰 사안에 대한 대법원의 첫 판단이다. 많은 사회적 숙의와 토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화두를 사법부가 우리 사회에 던진 것이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적잖은 파장을 부를 수밖에 없다. 노사의 반응도 환영과 우려로 극명하게 엇갈린다. 노동계는 임금 삭감만을 목적으로 한 임금피크제는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기업들은 인건비 상승과 줄소송 등 후폭풍을 걱정하고 있다. 향후 노사 갈등이 크게 분출할 가능성도 매우 높아졌다.
사실, 임금피크제는 도입 취지와 달리 청년 고용 효과가 크지 않고 고령 근로자 임금만 깎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업무 성과를 고려하지 않은 채 연령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일괄 삭감하는 관행은 고령자고용촉진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논란을 불렀다. 업무 시간이 동료 직원과 같으며 성과도 떨어지지 않는데 나이 많다는 이유로 임금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을 온당하다 할 수 없다.
하지만, 임금피크제를 폐지할 경우 인력 경직성이 심화되고 경영 부담이 갑자기 커질 수밖에 없다는 기업 주장도 현실적으로 외면할 수는 없다. 이번 대법원 판결 영향으로 채권 소멸 시효 기간인 지난 3년 동안 임금피크제로 절감한 인건비를 일시적으로 보전해 줘야 한다면 기업으로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금은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국제 공급망 붕괴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 등 기업 환경 악재가 곳곳에 널려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대법원의 이번 판단이 임금피크제가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뜻이 아닌 점은 의미가 있다. 사법부 최종 판단이 나왔으니 기업들은 대법원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걸맞은 기준을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노동계의 단체협약 개정 요구가 분출하고 노사 갈등이 커질 수 있지만 이럴수록 양자는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부도 대법원 판결에 부합하는 임금피크제 가이드라인과 설명 자료를 속히 만들어 산업 현장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아울러 경직돼 있는 임금 체계를 선진화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도 모색해야 할 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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