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돋보기] 추경호, 김만제·최경환 잇는 '실세 부총리'되나

입력 2022-05-22 15:55:45 수정 2022-05-23 17:01:58

TK정치권 명실상부 선두주자 떠오른 '실세 부총리' 추경호… '정권 실세'로 거듭나나
기재부도 전문성·정치력 모두 장착한 실세 부총리에 기대감
박근혜 정부 '실세' 최경환 이전 김만제·이경식 전 부총리도 정권 현안마다 강한 추진력
추 부총리 마주한 실물 경제 현실·여소야대 국면 등 녹록치 않아 능력 시험대

2014년 7월 당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을 마친 후 퇴장하며 추경호 제1차관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2014년 7월 당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을 마친 후 퇴장하며 추경호 제1차관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초대 경제사령탑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1기 경제팀이 본격 가동에 들어간 가운데 지역 정치권에선 8년 만에 재등장한 대구경북(TK) 출신 부총리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추 부총리가 경제관료 출신으로서의 능력은 물론, 재선 국회의원으로 정무적 역량까지 갖춘 만큼 8년 전 박근혜 정부의 '실세'였던 최경환 전 부총리처럼 '실세 부총리'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 지역 정치권에서는 최경환 전 부총리가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실세 중 실세'로 꼽혔던 시절을 떠올리며 추 부총리의 향후 영향력을 그때와 비교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행정부와 입법부 경험에다 당내 입지까지 두루 갖춘 실세 부총리라는 점이 공통점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경북 경산에서 내리 4선 국회의원을 지낸 최 전 부총리는 특유의 뚝심과 능력을 기반으로 '친박'(친박근혜) 핵심 인사로 통하며 대통령과 직통 전화도 가능한 정권 실세로 활약했었다.

최근 가석방된 최 전 부총리에 대한 정치적 명암은 엇갈리지만, 여전히 경산은 '최경환 지역구'라는 상징성 있는 곳으로 통할 만큼 ▷대구도시철도 2호선 경산 및 1호선 하양 연장 ▷지식산업지구 개발 및 국책사업 유치 등에 있어 최 전 부총리가 지역 현안사업을 유치하거나 해결해 지역 발전을 크게 앞당겼다는 평가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기재부 내에서도 추 부총리 취임 이후 추 부총리의 무게감을 감안, 한껏 고무된 분위기가 강하다. 기재부의 4개 외청 중 국세청을 제외한 관세청, 조달청, 통계청 3개 청장에 기재부 출신이 임명되면서 사실상 추 부총리의 힘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관가에선 박근혜 정부 인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최 전 부총리 시절의 '기재부 전성시대'가 다시 찾아왔다는 말이 돌 정도로 최 전 부총리의 '시즌2'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추 부총리와 최 전 부총리 이전에도 TK출신 부총리들은 정권에서 '실세 장관'으로 통하며 현안마다 주도권을 쥐고 강한 추진력을 보여왔다.

고(故) 김만제 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은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고도 성장을 이끈 경제계 원로 인사로, 경제개발 계획을 주도해 한국 경제의 성장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경제의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초대원장을 지냈고, 한미은행 초대은행장을 거쳐 재무부 장관(1983∼1985),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1986∼1987) 등을 지내며 한국 경제의 사령탑 역할을 했다.

공직을 떠난 뒤에도 삼성생명 회장(1991∼1992), 포항제철(현 포스코) 제4대 회장(1994∼1998) 등으로도 활동했으며, 제16대 한나라당 대구 수성구갑 국회의원(2000∼2004)으로 정계에 진출하기도 했다.

또 경북 의성 출신으로 김영삼 정부에서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한국은행 총재 등을 지낸 고(故) 이경식 전 부총리 역시 YS 정부의 초석을 놓은 원로 인사다. 부총리 시절에는 한국은행의 독립성과 금융실명제 정착 등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추 부총리가 문재인 정부에서 야당 의원으로서 추경 편성 등 각종 현안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며 기재부와 각을 세워왔던 만큼 향후 국회 협의 과정에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추 부총리가 마주한 경제 안팎의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금융·외환시장 불안 속에 고물가와 성장 동력 저하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경제 연착륙을 이끌어내야 하고, 최근 급증한 국가채무와 가계부채 문제 등에 대한 경계와 안정적 관리도 숙제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을 설득해야 하는 만큼 향후 국회와의 협상이 추 부총리의 능력이 검증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최 전 부총리와 마찬가지로 추 부총리도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라기보다 자신의 확고한 능력과 전문성을 토대로 임명된 인사"라면서 "추 부총리가 경제 수장으로서 합격점을 받으면 추후 당 전면에도 나설 수 있는 큰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반대로 풀어나가야 할 현안이 녹록치 않아 자칫 잘못하면 이 자리가 정치적으로 마지막 자리가 될 수도 있는 만큼 본인 스스로 매우 조심스러울 것"라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