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실용외교' 한미 정상회담 무산에 멈칫

입력 2025-06-17 18:05:21 수정 2025-06-17 20:31:08

韓日회담은 정상 추진…李대통령 G7 데뷔전 명분 챙겨
트럼프 '급거 귀국'에 무산…18일 日과 경제·안보 협력
남아공·호주와 에너지·제조업 분야 韓기업 지원 당부

51차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의 한 호텔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를 만나 한·호주 정상회담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51차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의 한 호텔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를 만나 한·호주 정상회담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공백 상태였던 대한민국 정상외교를 재개하면서 국익 실현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였지만 가장 기대를 모았던 한-미 정상회담이 무산되면서 이번 외교 일정이 산뜻한 첫출발로 마무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취임 13일 만인 16일 세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캐나다로 향했다. 새 정부 첫 조각과 참모진 인선은 물론 국민들이 간절하게 기다리는 경기 활성화 대책 추진 등 산적한 국내 현안을 뒤로하고 외교무대에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의 첫 외교무대 데뷔는 명분과 실리 가운데 명분을 챙기는 데 만족한 절반의 성공이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국익 중심 실용 외교'를 강조한 이 대통령이 들고 귀국할 만한 성과물이 풍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16일 오후(현지시간) 캐나다 캘거리 공항에 도착해 취임 후 첫 정상외교 일정에 돌입했다. 캐나다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곧바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시작으로 G7 회의 초청국 주요 정상들과 양자 회담을 가졌다.

먼저 이 대통령은 한국전쟁 파병국인 남아공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남아공이 아프리카 최대 경제 대국이며 한국의 아프리카 진출 관문"이라고 평가하고 남아공 내 에너지·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한국 기업에 대한 남아공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마주 앉았다. 이 대통령은 "호주는 경제적으로도 매우 가까운 관계로, 앞으로도 협력할 분야가 매우 많다. 우리가 에너지와 자원 문제에 있어 호주에 의존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이에 앨버니지 총리는 "다가오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한국을 방문하고자 한다. 고대하고 있다"며 "또 이 대통령을 언젠가 호주에 모시기를 바라고 있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가장 관심을 모았던 한미 정상회담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귀국으로 무산되면서 이 대통령의 외교무대 데뷔는 아쉬움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관세 및 방위비 분담금 등을 둘러싼 한미 실무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이 산적한 국내 현안을 뒤로하고 한미 정상회담 성사에 공을 들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편 이번 G7 정상회의 일정을 계기로 진행될 한일 정상회담은 17일 오후(한국 시간 18일)에 열린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한일 관계와 관련해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원칙적 대응을 하고, 경제·안보 협력 등엔 실리에 따라 대응한다는 '투트랙' 대응 방침을 지속해 밝혀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일 관계는 과거사 같은 미묘한 문제가 있고 현재와 미래를 향해서 협력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며 "과거사 문제는 잘 관리해 나가면서 협력을 증진하는 방향으로의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