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논의 봇물 터지면 새 정부 국정 운영 동력 유지 힘들어

거대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개업식 효과'를 저지하기 위해 헌법 개정 카드를 내밀었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6·1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원하지 않은 결과를 받아들 경우를 대비한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새 정부 임기 초반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패할 경우 정국 주도권은 여당으로 완전히 넘어갈 수밖에 없다. 이에 대비해 민주당이 모든 정국 이슈를 빨아들이는 개헌이라는 블랙홀로 응수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우려다.
민주당은 17일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논의하기 위한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헌정특위) 구성을 제안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5·18 정신이 개헌 때 헌법 전문에 올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 말씀이 선거 때 표심잡기용이나 할리우드 액션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의 새 장을 열기 위해서는 실천으로 진정성을 입증해야 한다"며 "국회가 이른 시일 내에 현재의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헌정특위를 만드는 것을 여당에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한 발 더 나갔다. 헌정특위에서 다루는 주제가 '5·18 정신 헌법수록'에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오 대변인은 "현행 헌법이 오랫동안 충분한 시대변화상을 담지 못하고 있다는 국민의 요구가 있었다"며 "민주당은 그동안 개헌에 대한 의지가 분명했던 만큼 조속히 논의를 시작하자는 취지로 봐 달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지도부회의에서 작심하고 개헌 가능성을 언급한 배경에 대해 당장은 '현역 국회의원 전원 광주 방문' 등 서진(西進) 정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국민의힘에 대한 견제의 성격이 짙지만 궁극적으로는 지방선거 패배에 대비한 작업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지방선거 참패 이후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며 "지방선거 패배로 정국 주도권을 여권에 넘겨주는 상황에 대비해 개헌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단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그동안 잠복해 있던 우리 사회 모든 영역의 문제가 논의의 장으로 쏟아진다는 것이다. 권력구조 개편은 물론 지방분권, 정보통신혁명, 기후변화, 양극화, 새로운 기본권 개념 등 솔로몬의 지혜로도 풀기 힘든 난제들이 논의 테이블 위에 올려진다. 뿐만 아니라 각각의 가치를 지지하는 국민(조직)들이 새로운 헌법에 자신들의 소신을 담기 위해 사실상 무한경쟁을 펼치는 상황이 불가피하다.
이에 역대 정권에선 임기 중 개헌 논의를 꺼려 왔다. 단임제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권력 누수현상(레임덕)을 고려하면 5년 임기 중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초반 3년 정도에 불과한데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국정 운영 동력을 완전히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5·18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을 얘기하지만 일단 개헌 논의의 문이 열리면 정권 차원에서도 걷잡을 수 없는 각계각층의 요구가 봇물을 이룰 것"이라며 "헌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윤석열 정부표 정책은 주목을 받기가 힘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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