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대선불복을 멈춰라!

입력 2022-05-16 20:12:43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객원논설위원)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객원논설위원)

문재인 전 대통령은 양산 사저로 돌아가 한 사람의 시민으로 평온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까? 그러기에는 지난 5년의 실정(失政)과 폐해가 너무 크다.

퇴임하는 날 저녁 청와대 앞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다시 출마할까요?"라고 화답하면서 "성공한 전임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라며 자신을 지켜줄 것을 부탁하기도 한 전직 대통령이다. 그의 머릿속에선 불행한 전직 대통령들이 떠올랐을 것이다. 퇴임하기까지 유지된 40%대의 지지율이 자신의 미래를 지켜주는 보호막이 돼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을 것이다. 감옥에 갇혀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자신이 모시다 떠나보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양산 평산마을로 찾아온 시위대를 향해 "확성기 소음과 욕설이 함께하는 반지성이 작은 시골 마을의 평온과 자유를 깨고 있다"며 불편한 심경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도 그런 점에선 이해가 간다.

1987년 체제 이후 10년 주기로 정권 교체가 이뤄져 온 역사를 감안하면 탄핵당한 정권을 인수한 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당한 최초의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이다. 이것만으로도 문 전 대통령은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혹독한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그가 퇴임하면서 지지자들에게 했어야 할 당부는 '나를 지켜달라'고 하는 간절한 당부가 아니라 패배한 진영의 수장(首長)으로서 '대선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대선 불복을 멈춰달라'는 메시지였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오롯이 져야 할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정치 행보 역시 대선 후보와 어울리지 않는다. 열성 지지자들의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란 격려에 도취돼 대선 패배의 책임은 도외시한 채 '경기도망지사'라는 조롱을 들으면서까지 정치적 연고가 전혀 없는 인천 계양을 보선 출마를 강행했다. 이는 옥죄어 오는 검경의 비리 의혹 수사로부터 '불체포특권'이라는 방탄복을 입고 위기를 모면하고자 하는 쫓기는 자의 꼼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강행과 이재명의 계양을 보선 출마,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윤호중 전 원내대표의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등은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것을 애써 모른 체하면서 '0.73%로 패배한 것은 진 것이 아니다'는 '대선 불복' 심리를 바탕으로 패배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인지부조화'가 팽배한 당내 인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 결과가 6·1 지방선거를 대선 연장전으로 간주하면서 총력전을 펼치는 동시에 대선 패배 분풀이처럼 비치는 국정 발목 잡기다.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이후에야 대선 패배를 인정할까? 혹시라도 지방선거에서 선전한다면 대선에서도 승리한 것이라고 우길 것인가?

민주당의 대선 불복 심리는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윤석열 정부가 강도 높게 법치주의 회복을 시도한다면 갈등은 고조될 것이다. 우리 정치사에서 정치 보복이 더 이상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그러나 지난 정부에서 벌어진 각종 권력형 비리와 대형 의혹 사건은 진상을 철저하게 밝혀서 엄벌하는 것이 법치의 회복이자 공정과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정권이 교체되었다는 것을 온 국민이 피부로 체감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대선 결과다. 공정과 정의와 평등의 구현, 그것은 정치 보복도 적폐 청산도 아닌, '반지성주의'를 배격한 일상의 회복이다. 대선은 끝났다. 대선 불복도 멈춰야 한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