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앞둔 정치권 '퍼주기 추경' 경쟁…고물가·재정 불안 우려는 뒷전

입력 2022-05-12 17:45:12 수정 2022-05-12 21:00:19

새 정부 36조4천억원 의결, 지방이전 재원까지 총 59조
민주 "47조로 늘리자" 맞불…전문가 "고물가 자극 우려", 건전재정 '내로남불' 비판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2022년 2차 추가경정예산안 관계장관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2022년 2차 추가경정예산안 관계장관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선물보따리 풀기 경쟁에 골몰하고 있다. 새 정부가 36조4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편성 안을 내놓자 거대 야당이 여기에 10조원을 더 얹자는 수정제안으로 응수했다.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 물가가 불안하다는 우려와 다음 세대를 위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훈수는 귓등으로 흘리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선 아무리 선거 승리가 급하다지만 여야가 바뀐 지 얼마나 됐다고 자신들이 비판하던 주장을 밀어붙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첫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추경안을 심의·의결했다. 추경안은 중앙정부 일반지출 기준으로 36억4천억원, 지방이전 재원까지 총 59조4천억원 규모다.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게 600만∼1천만원의 손실보전금이 추가로 지급된다.

윤 대통령은 "코로나 방역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국민에게 발생한 손실을 보상하는 일은 국가의 의무"라며 "지출 구조조정과 초과 세수를 활용해 추가 국채 발행없이 재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특히 윤 대통령은 "지금 당장 급한 불을 끄지 않는다면 향후 더 큰 복지비용으로 재정건전성을 흔들 수 있기 때문에 어려운 분들에게 적시에 손실보전금이 지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한 발짝 더 나갔다. 정부안보다 규모를 더 늘려 47조원가량의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46조9천억원 규모의 추경안에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패키지 41조9천억원을 편성했다. 이 예산은 피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지난해 말 100만원, 올 초 300만원을 지급한 데 이어, 이번에 600만원을 추가 지급해 모두 1천만원의 방역지원금을 지급하는데 사용된다. 여기에 연매출 100억원 이하의 중기업까지 손실보상을 확대하기 위한 예산(2조원)과 손실보상 소급적용을 위한 예산(8조원) 등도 포함됐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상공인 중소기업인들에게 온전하고 두터운 보상이 돼야 한다"며 "정부안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손실보상을 충분히 해주기 어렵다"고 했다.

또 "정부는 초과세수 53조원 가운데 44조원 남짓을 추경 재원으로 활용하고, 나머지 44조원을 국채 상환에 쓰겠다고 한다"며 "국채 상환에 쓰는 돈의 여력이 있기 때문에, 이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면 별도의 재원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원마련 방안까지 설명했다.

하지만 국제경제기구뿐 아니라 국내 경제연구기관들도 올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하는 가운데 정치권의 세수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예상보다 더 많이 걷힐 것으로 보이는 세금으로 추경을 마련하겠다는 주장에 허점이 많다는 얘기다.

아울러 정부 재정이 시중에 풀리면 가뜩이나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에 육박한 소비자물가가 6%대까지 추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추가세수가 들어오면 재정건전성을 위해 나라빚을 갚는데 먼저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국민의힘이 이제 와서 태도를 바꾼 상황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