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상공인 600만 원 지급 추경, 물가·재정 부담 최소화해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영업 제한으로 피해를 당한 소상공인·자영업자 370만 명에게 1인당 최소 600만 원씩 지급된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11일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 방안에 합의했다. '600만 원 지급'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1호 공약'이었다. 1호 공약이 온전하게 지켜지게 된 것은 다행이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피해 정도에 따라 지원금을 '최대 600만 원'까지 차등 지급하는 내용의 보상안을 발표해 소상공인 등의 거센 반발을 샀다. 코로나19로 막대한 고초를 겪은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공약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국민과의 약속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문제는 추경 재원 조달 방법이다. 재원은 국채 발행 없이 기존 예산 사업의 지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마련된다고 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모든 재량 지출의 집행 실적을 원점에서 재검토했고, 본예산 세출 사업의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세계(歲計)잉여금, 한은잉여금 등 모든 가용 재원을 최대한 발굴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더 이상 나랏빚을 늘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이지만, 현실적으론 한계가 있다. 재정 건전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추경을 제대로 편성·집행하기가 갈수록 쉽지 않기 때문이다.

추경이 물가 상승을 부추기게 된다면 국민에게 손실을 주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당장 소상공인뿐 아니라 직장인 등 다양한 계층에서도 지원금을 마련해 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도하게 돈을 풀어 가뜩이나 불안정한 물가를 자극하고,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것은 피해야 한다. 불요불급한 예산은 철저히 억제하고 생산성 높은 지출에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다. 추경이 연례행사가 된 지 오래다. 이번 추경이 끝나도 추경 얘기가 또 나올 가능성이 크다. 추경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후대에게 빚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