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훈 문화체육부장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첫선을 보인 때는 2007년이다. 매년 여름 지역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전국적으로 '대구=뮤지컬 도시'라는 인식을 심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그로부터 15년이 흐른 2022년은 대구 뮤지컬에 있어 또 다른 전기를 마련하는 한 해로 기록될 것 같다.
최근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에 '구(舊) 경북도청 후적지 문화예술허브 조성'이 포함됐다. 이 사업의 핵심 중 하나가 '국립창작뮤지컬 콤플렉스'로 대표되는 뮤지컬 관련 기반 조성이다. 국가 예산으로 뮤지컬 전용극장 및 창작지원센터, 국립뮤지컬진흥원 등을 짓고 한국 뮤지컬의 창작과 유통, 소비 등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거점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대구는 명실상부한 뮤지컬 도시로의 자리를 굳히면서 세계적인 경쟁력 확보도 노려볼 수 있다.
또 다른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대구의 뮤지컬 관련 종사자들이 이달 초 '대구뮤지컬협회'(이하 협회)를 공식적으로 결성하고 앞으로 (사)한국뮤지컬협회의 지방 지회로서 활동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협회에 따르면 이번에 65명이 참여했으며 향후 회원 수가 100명 이상 늘 것으로 봤다.
협회 결성의 도화선이 된 것은 뮤지컬을 공연 산업의 '독립 분야'로 인정하는 '공연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다. 문화체육관광부는 7월부터 이 개정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이번 공연법 개정은 뮤지컬이 공연 시장에서 갈수록 영향력을 키우고 있지만, 여전히 연극의 하위 분야로 분류되는 등 소외를 받고 있다는 뮤지컬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이를 두고 지역 문화계 일각에선 벌써부터 우려가 만만찮다. 여러 가지 이유를 들고 있지만, 우려의 핵심은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급하게 결성됐다는 점과 이에 따른 기존 관련 단체와의 갈등 가능성으로 요약된다.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음악과 연극, 무용 등이 복합적으로 녹아 있기 때문에 협회가 결성되기 전에 다른 단체와의 협의나 공론화가 충분히 이뤄져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뮤지컬이 연극 장르에 포함돼 있고 뮤지컬을 하는 연극인도 많은 만큼 연극협회 산하 조직으로 꾸려져도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또한 문화 행사 운영이나 지원 등에 있어 다른 단체와의 갈등 소지가 다분하다는 부정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지역 뮤지컬계의 상황을 봤을 때 협회의 결성은 시의적절하고 명분도 충분히 있다고 본다.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우려는 협회가 활동하는 과정에서 대화와 협의를 통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지역 뮤지컬 산업은 지금껏 눈부신 성장을 해왔지만, 창작 인프라 측면에서는 성장이 더뎠다. 유통과 소비 부문이 커지는 만큼 창작 기반 조성은 미흡했다. 지역 시장이 라이선스 뮤지컬에 물들다 보니 창작 기반 조성은 좀처럼 기회를 살릴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창작뮤지컬을 대중화해서 양질의 뮤지컬 시장으로 발전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협회 측의 취지는 설득력이 있다. 이는 국립창작뮤지컬 콤플렉스를 만들겠다는 대구시의 의지와도 궤를 같이한다.
과거 DIMF 초창기에도 지역 문화계에선 숱한 비판과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DIMF를 통해 대구 뮤지컬이 큰 방향성을 잡았다는 것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이번에도 당시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은 협회가 제 궤도를 찾을 수 있도록 응원해 주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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