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빈손 귀향 VS 균형발전

입력 2022-05-09 20:00:00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문재인 전 대통령은 확실히 좀 특이한 정신세계를 지닌 분이라는 생각을 도저히 버릴 수 없다. 10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이 끝나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경남 양산 사저로 갈 예정이다. 고향 같은 양산에서 말년을 보내겠다는 마음이 충분히 이해되면서도 지방민의 한 사람으로서 고맙기도 하다. 고관대작(高官大爵) 출신은 물론이고 평범한 소시민들조차 서울 또는 서울 부근을 떠나면 죽는 줄 아는 세상에서 '전직 대통령'의 귀향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본심에 비춰 본다면, 재임(在任) 시절 문재인 대통령은 누구보다 서울과 지방의 불균형을 완화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노력에 관심이 컸을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문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비서실장을 지내며 노 대통령의 지역균형발전 의지를 곁에서 보좌해 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더욱 그렇다. 그런데 놀랍게도 김병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은 "문 대통령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촉식 때 회의를 주재한 뒤 더 이상 참석한 적이 없다"고 폭로했다.

대통령의 무관심 속에 지난 5년 동안 서울·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더욱 심화됐고, 대구경북 인구 500만 명마저 지난달 붕괴됐다. 양산이 위치한 경남과 부산, 광주, 전남북 모두 다를 바 없다. 자신의 노후를 보낼 경남 양산 사저는 중요한데, 그 지역에 사는 지역민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인지 도무지 속내를 제대로 알기 어렵다. "나만 괜찮으면 다 괜찮다"는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닐 것으로 본다.

김병준 위원장은 지역균형발전과 관련,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고 강조했다. 지방이 주도할 수 있는 '기회발전특구' 신설도 밝혔다. 지방정부 주도로 지역균형발전을 추구하겠다는 것으로 파악된다. 의지는 능력이 없으면 실현되지 못한다. 최근 발표된 새 정부 대구경북 정책 과제 '30+1'은 아쉽게도 현안 문제 해결에 주안점을 둔 대증요법 수준의 파편화된 프로젝트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 개설을 통해 농업사회를 산업사회로 패러다임 전환시킨 것 같은 통찰과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이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진정한 지역균형발전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