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시진핑 흔드는 코로나 방역

입력 2022-05-09 11:36:05 수정 2022-05-09 18:56:21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객원논설위원)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객원논설위원)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객원논설위원)

우리나라는 하루 최고 40만 명을 오르내리고 누적 1천750만 명이 넘는 확진자를 기록하면서 요즘도 하루 4만~5만 명의 확진자가 나와도 '거리두기'를 전면 해제하고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하는 등 '위드 코로나' 방역 정책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중국은 겨우 2만 명 안팎의 확진자 발생에도 상하이를 봉쇄하고 수도 베이징까지 전면 봉쇄하기 일보 직전이다. 상하이 봉쇄는 이제 40일을 돌파했다. 상하이에서는 장기 봉쇄에 따른 경제활동 중단과 생활 불편에 항의하는 집단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한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발견된 초기부터 지금까지 중국은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오면 전수조사하고 통제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 '칭링'(请零)을 일관되게 펼치고 있다.

단 한 명의 확진자가 나오더라도 지역을 봉쇄해서 추가 확산을 막겠다는 강력한 방역 정책이 시진핑(习近平) 주석이 도입한 칭링이다. 지금껏 누적 확진자가 22만여 명에 불과할 정도로 잘 통제되던 중국에서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시 주석의 칭링이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하루 3만 명에 이르던 상하이 확진자는 8일 3천977명(무증상 포함)으로 최근 통계에선 최저치로 감소했지만 확산세가 무뎌졌을 뿐이다. 두 자리를 넘나들던 베이징에선 100명(98명)에 육박하면서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방 중소 도시의 상황은 상하이나 베이징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수시로 도시 봉쇄를 단행하지만 언론 통제 때문에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는다. 수년 전 세계테마기행 촬영을 위해 방문한 적이 있는 윈난성(雲南省)의 소도시 '루이리'(瑞丽)의 경우, 2020년 이후 총 9차례에 걸쳐 160일 동안이나 봉쇄된 바 있다. 봉쇄와 부분 해제, 재봉쇄가 반복되다 보니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불가능하다.

중국은 7일 중국에서 열릴 예정인 대규모 국제 스포츠 행사를 연기했다. 저장성 항저우에서 9월 예정된 '아시안게임', 7월 쓰촨성 청두의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다. 상하이와 인접한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경우, 개최일까지는 시간이 꽤 남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연기한 것이나 상하이와도 멀리 떨어진 서부내륙, 청두 U대회까지 연기한 것은 그만큼 중국이 현재의 코로나 확산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상하이는 6월 초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 '까오카오'(高考)와 고교 입학시험 '쭝카오'(中考)도 한 달 뒤로 순연시키는 조치를 발표했다.

전 세계가 오미크론 바이러스 유행 이후 확진자 급증에도 불구하고 속속 '위드 코로나' 방역 체계로 전환하고 있음에도 중국이 칭링을 고수하는 속사정은 무엇일까.

이는 중국의 의료 체계로 위드 코로나로 전환할 경우, 확진자와 기저질환자의 사망 폭증으로 인한 방역 실패의 책임을 시 주석이 져야 하는 상황이 닥칠까 봐 부담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은 자국 방역 정책의 효율성을 선전하면서 그 성과를 온전하게 시 주석의 공(功)으로 돌렸지만, 방역 실패의 책임도 고스란히 시 주석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선가. 시 주석은 지난주 직접 주재한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중국의 코로나 정책을 왜곡, 의심, 부정하는 어떠한 발언이나 행동에도 맞서 싸울 것"이라며 칭링을 유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재천명했다.

이어 그는 "3월 이후 전국이 합심해 혹독한 방역의 시련을 이겨 내고 단계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우리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역사적인 검증을 거쳤으며, 과학적이라는 것을 증명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칭링의 완화나 정책 전환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지금의 강력한 칭링이 언제 무너질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상황이다. 시 주석이 전 중국을 대상으로 한 사실상의 '방역 계엄령'을 지속하겠다는 것은 올가을로 예정된 중국공산당 제20차 당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와 직결돼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시 주석의 국가주석 3연임을 공식화하는 절차가 될 당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목표로 코로나 방역을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역 성과를 시 주석의 탁월한 리더십의 성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확진자 폭증이나 전 중국으로의 확산을 올가을까지는 총력 방어해야 하는 '정치 방역'의 목표가 됐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결국 시 주석의 장기 집권 구도를 흔드는 변수(變數)이자 상수(常數)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