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세계 경제는 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미 코로나19로 인한 과잉 유동성과 글로벌 공급망 교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상황에서 미국의 급격한 통화 긴축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Fed의 '빅스텝' 다음 날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지수와 코스피, 코스닥, 홍콩 항셍지수, 상하이종합지수 등 아시아 증시도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6.4원 오른 1천272.7원으로 원화 가치가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2.5%로 낮추는 등 올 1월 4.4%로 예측했던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지난달 3.6%로 대폭 낮췄다.
제롬 파월 미국 Fed 의장이 "경제 회복을 해치지 않으면서 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빠르게 잡을 수 있다"는 연착륙 발언을 했지만, 시장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Fed의 금리 인상만으로 인플레를 잡을 수 없다는 비관론이 큰 셈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원자재 가격 상승,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물류 차질 등은 금리로 해결될 수 없는 탓이다.
벌써 크게 오른 물가에 금리, 환율까지 오르는 3고(高) 현상이 심화되면 서민 경제의 타격이 더욱 커질 우려가 높다.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국내 소비자 물가에도 상승 압력을 높이게 된다. 3월 1억1천500만 달러였던 무역 적자가 지난달에는 무려 26억6천100만 달러로 늘었다. 원유, 가스, 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이 148억1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가량 늘었다. 여기에 시장금리까지 오르면 안 그래도 고물가에 허덕이는 서민들의 빚 상환 압박이 커진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장기 불황에 대비한 긴급 서민 생활 대책부터 마련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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