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스스로 송덕비 세워본들

입력 2022-05-05 19:32:51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관리의 공덕을 칭송해 세운 송덕비(頌德碑)엔 의미 있는 법칙이 있다.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세운 관리의 송덕비는 오래가지만 관료가 직접 만든 송덕비는 수명이 짧다는 것이다. 공덕이 없는 관리가 스스로 세운 송덕비는 후일 주민들이 비문을 깎아 내거나 두 동강 내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의 본인 송덕비 세우기가 가관이다. 자화자찬을 쏟아 내면서 5년 임기에 대해 분칠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 말만 들으면 지난 5년이 태평성대인 것으로 착각할 정도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공포하는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의 제도 개혁에 큰 진전을 이뤘다"고 했다. 유명무실한 것을 넘어 편향성 논란까지 빚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문 대통령 눈엔 안 보이는 모양이다. 새로운 시대를 연 정부라고 견강부회하는 문 대통령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부동산 폭등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 상승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적어도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나라 중에서는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격 상승 폭이 가장 작은 편에 속한다"고 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해 송구하다고 하더니 임기 말에 말이 180도 달라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년 동안 서울의 아파트 가격 평균 상승률이 93%에 달했다. 부동산 실패로 정권을 내준 대통령이 맞는가 싶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서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손을 잡고 한반도 운명을 바꿀 확실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밝혔다. 문 정부 전 국무총리·장관 등을 초청한 청와대 오찬에서는 민주주의를 되살렸다는 점,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측면 등에서 극찬을 받았다고 했다. 핵까지 앞세운 북한의 위협이 날로 심각해지고, 검수완박 폭주로 민주주의가 유린당하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발언들이다. 어느 나라가 한국을 두고 코로나 방역 칭찬을 하는지 궁금하다.

물러나는 마당에 어느 정도 자기 자랑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을 왜곡하면서 국민 염장을 지르는 것은 넘어갈 수 없다. 스스로 송덕비를 세운다고 한들 오래갈 수 없다. 말도 안 되는 송덕비를 세울 게 아니라 조용히 양산 사저로 물러가 스스로를 성찰하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