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하는 사람은 뇌량과 해마 부위 상대적으로 위축… 언어능력·사회성 문제 나타날 수도
욕 쓰는 모습 영상 촬영해 제 3자 입장에서 관찰하게 해보기, 언어 습관 개선 의지↑
감정이나 마음을 구체적이고 다양한 낱말로 표현하는 연습 중요

Q. 중학생과 초등학교 고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욕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얼마 전 막내 아이가 친구와 통화하는 것을 우연히 듣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아이들 메신저 대화도 당황스럽더라고요. 자연스레 거쳐 가는 성장 과정이라며 괜찮다는 주변 학부모들도 있지만, 어른이 돼도 습관으로 남을까 걱정이 됩니다. 욕을 너무 많이 사용하는 아이를 위한 조언이 있다면 부탁 드립니다.
◆ 욕을 사용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이야기 나누기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욕을 사용하는 까닭을 물어보면 '습관적으로', '강해 보이고 싶어서', '친구들이 다들 사용하기 때문에', '욕을 쓰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아서' 등 다양한 이유를 말합니다. 여기에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욕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는 경우는 잘 없다는 것이죠. 아이들은 학교나 가정에서 바르고 고운 말을 사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기 때문에 욕을 쓰면 안 된다는 막연한 생각은 가지고 있지만, 정작 욕을 쓰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고민해 본 경험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적 동기가 발현되기도 어렵지요.
이런 측면에서 우선 자녀와 욕을 사용하는 것이 왜 좋지 않은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하버드대 의대 마틴 타이커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욕을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량과 해마 부위가 위축된다고 합니다. 뇌량이 손상되면 언어능력이나 사회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한 해마는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로 이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 불안감과 우울증에 시달릴 확률이 높아지게 되죠. 게다가 욕설은 전두엽의 정상적인 성장을 방해하기 때문에 작은 자극에도 감정적이고 폭력적인 성인으로 자랄 위험이 커집니다.
◆ 객관적으로 자기 모습을 마주할 기회 제공하기
몇 년 전 교육부에서 제작한 욕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면 한 고등학교의 학생들이 평소 자신들의 언어 사용 실태에 대해 동영상을 촬영해 공유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비속어가 난무하는 영상을 보며 학생들은 처음에는 재미있어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표정이 점차 심각하게 바뀝니다. 그리고 소감을 인터뷰할 때 스스로의 모습에 충격을 받고 한심하게 느껴졌다고 이야기하죠. 어떠할 것이라고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과 제3자의 처지에서 실제 모습을 관찰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자녀의 욕설 사용 정도가 심각하다고 판단하셨다면 앞서 소개한 프로젝트처럼 영상 촬영이나 녹음 등을 통해 자녀가 자기 모습을 객관적으로 마주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욕을 사용하는 본인의 모습은 절대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은 아닐 것이므로 이후 자신의 언어 습관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감정이나 마음을 올바르게 표현하는 방법 연습하기
욕은 다양한 감정, 상황을 뭉뚱그려 표현할 수 있으므로 아마 욕설 사용 빈도가 잦거나 지속해서 비속어를 사용해 온 아이들은 감정을 나타내는 어휘를 잘 모를 것입니다. 평소 자녀와 부정적인 감정, 긍정적인 감정을 나타내는 다양한 낱말을 살펴보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연습을 자주 해보면 좋습니다. 이때 단순히 기분이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들뜨고 설렌다.', '실망스럽고 수치스럽다.'와 같이 구체적인 감정을 표현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누군가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 또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올바른 방법으로 전달하는 것에 서투를수록 지나치게 감정적이거나 폭력적인 말을 사용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아빠, 저도 최선을 다했지만 시험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쳐 슬프고 아쉬운데, 시험 결과를 가지고 혼을 내시니 너무 힘들어요. 다음에는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격려해주면 좋겠어요"와 같이 상황, 자신의 감정, 상대방에게 바라는 것의 순서로 부정적인 감정을 건강한 방법으로 표현하도록 도와주세요.
다만, 앞서 알려드린 방법은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고 내재화에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만약 단기적으로 가볍게 접근하고자 한다면 욕에 대한 대체어를 생각해두고 대체어를 사용하는 프로젝트를 가정 내에서 진행해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 가정 내 올바른 언어 사용 환경 조성하기
흔히 아이는 부모를 비추는 거울이라고들 하죠. 가정 내 올바른 언어 사용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평소 부모도 자신의 언어 사용 습관을 돌아봐야 합니다. 폭력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것도 대물림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가정에서 성장기에 욕설이나 비속어와 같은 폭력적인 언어를 많이 들은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우울하거나 불안한 감정을 훨씬 자주 느끼고,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통제하는 것을 어려워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음에 여유가 없는 이러한 상황은 욕설 사용으로 이어지게 되죠. 더욱 심각한 점은 긴 시간이 흘러 자기 자녀에게도 폭력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부모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다양한 상황에서 바르고 알맞게 말하는 방법을 자연스레 접하고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자녀의 올바른 언어 사용 습관의 정착을 위해 모든 가족 구성원이 다 함께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꼭 기억하길 바랍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고민 들풀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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