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14세 이하 ADHD 진료 환자 3천306명, 23.7% 급증↑…왜?

입력 2022-05-12 15:48:24 수정 2022-05-12 20:41:38

코로나 2년…정서 장애와 비만에 시달리는 아이들
대구 초등학생 비만율도 2017년 15.5%→2021년 18.4%

기사와는 무관한 사진. 매일신문DB
기사와는 무관한 사진. 매일신문DB

지난해 A(10) 군은 대구 수성구 한 의원에서 8개월 간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를 받았다. A군의 증상은 코로나19 탓에 갈수록 심해졌다. 원격수업 전환 이후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다.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고 하루 종일 집에만 있으면서 분노와 짜증이 늘었다. 사이가 좋지 않은 부모 문제로 생긴 불안 장애까지 겹쳐 주변 어른을 때리고 고함을 지르는 등의 과잉 행동을 보였다.

# B(10)군은 유치원 시절부터 태권도를 배우다가 코로나19로 도장이 문을 닫은 이후 그만뒀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코로나19가 발생해 그해엔 학교를 거의 가지 못했다. 운동 대신 집에서 동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배달 음식을 자주 먹었던 B군은 올해 신체검사에서 처음으로 '경도비만' 판정을 받았다. 다시 도장에 나가보려 해도 귀찮다는 생각에 단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역 아이들의 몸과 정신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 정서 문제로 병·의원 치료를 받는 14세 이하 환자가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늘었다. 비만 판정을 받은 학생 비율도 증가하는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 아이들 건강 관리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1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대구(병·의원 소재지 기준)의 14세 이하 '활동성 및 주의력 장애'(ADHD) 진료 환자 수는 지난해 3천306명으로, 전년보다 23.7% 증가했다.

이는 전국 특별·광역시 7곳 가운데 가장 큰 증가 폭이다. 대구 다음으로 서울 18.0%과 부산 17.6%, 인천 17.2% 등의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국내 소아·청소년 ADHD 환자 급증은 코로나19 장기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나가서 뛰어놀고 싶은데 얌전히 집에 앉아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 아이들에겐 감당할 수 없는 분노와 짜증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활동 공간은 사라지고,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줄면서 학습뿐 아니라 게임, SNS까지 온라인 사용량이 지나치게 급증했다.

특히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대구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와 등교가 연기되는 등 학생들이 제대로 된 학교 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감염 전파 우려로 학교 이외의 외부 활동도 극히 제한됐다.

집 위주의 갑갑한 환경이 장기화된 탓에 학생들의 비만 비율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대구 초등학생 중 비만인 경우는 2017년 15.5%에서 2021년 18.4%로 상승했다. 2020년에는 19.6%까지 치솟았다.

김준식 JS소아청소년과의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코로나19를 거치며 ADHD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애착 형성에 문제를 보이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한 아이의 개별적인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를 겪은 아이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정신과 신체 등의 문제들에 대해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