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짤짤이 몬더그린

입력 2022-05-03 19:41:07 수정 2022-05-04 06:29:33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진 논설위원
김태진 논설위원

1979년 5월 한 일간지에는 '중고생들에 새 전염병, 짤짤이 노름'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중고교생들 사이에 돈내기 노름 '짤짤이'가 성행하고 있는데 한 사람이 동전을 주먹에 쥐면 나머지가 삼진법에 따라 1, 2, 3의 숫자를 맞히는 방식이라고 썼다. 3천∼5천 원씩 잃고 따는 도박성을 띠고 있다는 보도였다. 전자결제가 대세인 요즘은 동전 사용도 드물어 사라지는 추세다.

동전을 섞을 때 나는 짤랑짤랑 소리에서 따온 이름으로 짐작된다. 조금씩 짜낸다는 느낌의 음색과 동전의 물성(物性) 탓에 빈티가 난다. 노숙인들의 은어에도 '짤짤이'가 있다. 교회나 성당을 돌며 구제금을 받는 걸 뜻한다. 적게는 500원, 많게는 1천 원을 받는다고 한다.

종합격투기에서도 짜낸다는 뉘앙스로 쓰인다. 포인트를 쌓기 위해 유효타만 치고 빠지는 스타일을 '짤짤이 파이터'라 부른다. 멸칭에 가깝지만 이 기술로 챔피언에 오르는 경우도 있다. 야구에서 스퀴즈나 내야 안타로 점수를 쌓아 홈런 군단을 이기는 경우가 있는 것과 비슷하다.

며칠 사이 '짤짤이'가 외설 시비를 싣고 화제의 단어가 됐다.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어(死語)의 길을 가고 있던 노름, '짤짤이'를 되살린 당사자였다. 최 의원은 온라인 회의에 참석한 한 남성 의원이 카메라를 켜지 않자 얼굴을 보여 달라 했고, "얼굴이 못생겨서요"라는 답이 돌아오자 "짤짤이 하느라 그러는 것 아냐?"라고 물었다는 거다.

그런데 회의에 참석했던 여성 보좌관 등 관계자들이 성적(性的) 의미의 속어로 들었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그들이 들린 대로 말했을 뿐이라 주장한다면 '몬더그린(Mondegreen) 현상' 가능성도 짚어봐야 한다. 평소 알고 있던 단어에서 미뤄 짐작해 문장을 완성하는 것이다. 셀린 디옹의 'All By Myself'를 '오빠 만세'로 듣는 식이다.

배경 지식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지만 세대 차에서 빚어진 오해로 보기도 어렵다. 숨어서 몰래 하는 걸 '짤짤이'와 연결하는 것도 어색하지만 성적 의미의 속어로 연결하는 것도 통상적이진 않다. 둘 중 하나는 거짓이라는 게 합리적 판단이다. 최 의원의 'ㅈ' 발음 불명확설(說)이 열린 결말로 가는 가설이긴 하다. 여러 방송에서 활약했던 그의 발음이 방송인 뺨칠 만큼이었다는 건 함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