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론새평] ‘트루먼쇼’ 같았던 문재인 5년

입력 2022-05-04 10:02:24 수정 2022-05-04 16:43:53

김승동 서울미디어대학원 특임교수

김승동 서울미디어대학원 특임교수
김승동 서울미디어대학원 특임교수

며칠 뒤면 청와대를 떠나는 문재인 대통령을 생각하니 몇 가지 단상이 떠오른다.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데 본인만 모르는 모습이 마치 영화 '트루먼쇼'를 보는 것 같았다." 이는 지난 4월 25일과 26일 이틀 동안 JTBC에서 방영된 문재인 대통령과 손석희 전 앵커의 특별 대담과 관련해 국민의힘 김형동 수석대변인이 논평한 말이다.

그러나 이 평가는 비단 그날 그 행태에 국한해서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듯싶다. 재임 중 여러 차례 유체 이탈식 표현을 하고 민심과 괴리된 채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지낸 문 대통령에 대한 매우 적절하고도 압축된 표현이 아닌가 생각된다.

결국 여기에 더해 우리 사회에 큰 후유증을 가져올 '검수완박' 법안이 공청회 등 사전 준비 없이 3일 오전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하고 급기야 오후에 문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연기하면서까지 해당 법안을 공포해 국론 통합에 앞장서야 할 대통령이 퇴임 직전 국론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진 못할 것 같다.

검수완박의 타당성 시비를 떠나 그렇게 좋은 제도라면 임기 초에 진작 실행하지, 왜 5년 동안 뭘 하다가 거센 국민적 저항과 논란 속에 이제야 밀어붙이는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또 문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8주기인 지난 4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직도 이유를 밝혀 내지 못한 일들이 남아 있다"고 했다. 또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들에게 '세월호 진상 규명에 끝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는 당부를 하는 등 세월호를 퇴임 후에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려는 듯한 문 대통령의 태도는 정말 못마땅하다.

세월호 문제는 문 대통령이 5년 임기 내내 집권당 국회의원 180석을 동원하고 엄청난 예산을 들여 특조에 특수단에 특검까지 동원해 별별 진상 조사를 다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새로운 게 나오지 않았는데 더 이상 뭘 더 밝혀내고 최선을 다해 달라는 것인지.

말 나온 김에 문 대통령은 세월호 문제와 관련해 국민적 궁금증을 풀어줘야 할 것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재에서 탄핵을 당하던 2017년 3월 10일 팽목항을 찾은 문 대통령이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 방명록에 남긴 글의 파문이 아직도 일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얘들아, 미안하다. 고맙다'고 썼다. 세월이 여러 해 흘렀지만 아직도 이해 할 수 없는 글이다. 수학여행 중 해난 사고로 숨진 학생들에게 미안하다고 할 수 있을지언정 어떤 의미에서 고맙다고 한 것인지 국민들은 자못 궁금하다. 명확한 답을 하고 떠났으면 한다.

이 밖에 항간에는 퇴임을 며칠 앞둔 문 대통령의 자화자찬이 너무 낯뜨겁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방역 현장 근무자 간담회에서 "K방역은 우리의 자부심"이라고 추켜세운 데 이어 노동절인 5월 1일에는 페이스북에 "코로나 위기 이전의 고용 수준을 조기에 회복한 것은 '봉쇄 없는 방역의 성공' 덕분이었다"며 자화자찬했다.

이는 너무 몰염치한 발언이다. 2년 전 중국 우한 폐렴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중국인 유학생이 가장 많은 대구 지역에서 개학을 앞두고 중국인들의 입국을 당분간 제한해 달라는 강력한 호소에도 시진핑의 눈치나 보고 청와대에서 짜파구리 파티를 하면서 입이 찢어질 정도로 파안대소하며, K방역 자랑에 호들갑을 떨다가 결국 초기 방역에 실패해 대구에서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확산되면서 오늘까지 국민들이 생고생을 했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하나.

그 후 2년 이상 봉쇄에 가까운 사회적 거리두기로 빚이 산더미처럼 늘어나거나 죽음에까지 이른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되고, 코로나19에 감염돼 죽은 자와 정부를 믿고 백신을 맞았다가 사망하거나 중병을 앓은 자가 얼마나 되는지를 알고나 하고 입을 떼는 것인지 참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문 대통령은 퇴임 후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는데 어쩐지 그러지 못할 거란 예감이 드는 것은 결코 나만이 아닐 것 같다. 국민들은 문 대통령이 퇴임 후에 어떻게 될 것인지 다 아는 것 같은데 정작 자신만 모르는 채 트루먼쇼에 출연하는 주인공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