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살인' 이은해 "국선 변호인 거부"…사선 변호사들 "그런 사람을 어떻게"

입력 2022-04-27 15:52:57

10일 째 사선변호인 선임 못해…고유정 등 흉악범 변호 나섰다가 '국민 지탄' 받은 전례
"흉악범에도 무죄추정·자기방어권, 형법체계 위협 우려…변호인 통한 자백 순기능도"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씨가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계곡살인' 피의자 이은해와 조현수가 국선 변호인 선임을 거부한 가운데, 검거 열흘이 넘도록 사선 변호인 역시 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에선 극악범죄 변호를 맡았다가 변호인까지 비난 받던 전례를 고려할 때 선뜻 선임계를 내기 부담스럽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머니투데이는 27일 인천지검 관계자를 인용해 "이 씨와 조 씨가 아직 사선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 씨와 조 씨는 지난 16일 경기도 고양시의 은신처에서 검거된 이후 가족을 통해 열흘 넘게 변호인을 구하는 중이다.

변호사들은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이들의 사건을 수임하기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법무법인 창과방패 이민 변호사는 "이 씨와 조 씨 사건을 맡는 것만으로 엄청난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 변호사 생활에 지장이 될 수도 있다"며 "누구도 이 사건을 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당시 36)이 변호인을 선임했을 때, 이들과 로펌은 전 국민의 항의를 감수해야 했다.

당시 법원에 사임계를 낸 변호인들은 "사건과 관련 없는 동료들까지 피해를 입고 있다"고 했다. 일부 변호인은 변호를 그만둔 지 수개월 뒤에도 밤 늦게 항의 전화를 받거나 해코지를 걱정하기도 했다.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왼쪽)·조현수(30)씨가 1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법조계와 전문가들은 사회적으로 크게 지탄받는 대상을 변호하는 법조인을 국민들이 크게 비판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헌법에 따라 피의자·피고인 누구든 변호인 도움을 받아 자신을 방어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데, 이를 공격하면 무죄를 추정하고 방어권을 보장하는 형법 체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이유다.

변호인이 피고인을 설득해 범죄를 시인·반성토록 하는 순기능도 있다.

박도민 법률사무소 수훈 소속 변호사는 "변호인은 무작정 무죄를 받아내려 사건을 은폐하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피고인을 설득해서 자백을 이끄는 역할도 한다"면서 "변호인들도 피해자의 피해 회복과 양형에 의한 정의 구현에 힘쓴다. 이런 역할도 국민들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앞서 법원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선정한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거부하고서 사선 변호사 선임에 매달리고 있다. 이 씨 등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태도를 바꿔 입을 열긴 했지만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는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들이 앞서 무죄를 입증하려 경찰에 제출한 남편 사망 당시 영상에서는 '증거 조작'을 의심케 하는 정황도 나왔다.

이 씨가 사고 당일인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 17분에 촬영한 20초짜리 영상에서는 같은 날 오후 11시 4분에 이를 편집한 흔적이 발견됐다. 영상에는 절벽 위에 쪼그려 앉은 남편의 생전 모습만 담겼을 뿐, 물에 빠진 이후 상황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 씨는 공범 조 씨와 2019년 6월 30일 경기 가평군 용소 계곡에서 물에 뛰어든 이 씨의 남편을 구하지 않아 살해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검찰 조사를 받다 달아난 뒤, 4개월 만에 경기도 고양시 한 오피스텔에서 붙잡혀 지난 19일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