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선 경찰도 반대하는 검수완박, 당장 폐기하라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위해 발의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에 검찰이 갖고 있는 6대 범죄를 포함해 모든 수사권을 갖게 될 경찰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가 지난 17일 "공정하고 정의로운 형사사법 체계를 위해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를 찬성한다"는 성명을 냈으나 일선 경찰의 목소리는 다르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자신을 현직 경찰이라고 소개한 사람이 "검수완박에 누구보다 반대하는 건 경찰들"이라며 "수사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을 달고 사는 게 지금 수사 부서의 현실"이며 "수사관 1명당 사건 50~200건을 달고 있어 (수사관이) 순번 정해서 탈출할 정도로 수사 기피가 심각하다"고 적었다.

전문성 부족도 인정했다. 그는 "피해자만 수만 명씩 나오는 고도의 지능형 사기 사건, 대장동 사태처럼 합법을 가장한 수천억 원대 권력형 비리 등은 전문 지식이 없으며 이해하기 힘든 분야"라며 "경찰은 채용 때 형사법만 배운 채 들어와 전문 분야 영역은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했다.

수사 인력 부족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심화됐다는 것이 경찰 일선 현장의 한결같은 소리다. 경찰은 지난해 2천700명의 수사 인력 보강을 행정안전부 등에 요청했지만 440여 명만 증원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검수완박이 되면 경찰 수사 업무 강도는 더 높아지고 수사는 수사대로 더 부실해질 것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검수완박으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 수사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경찰에 특수부 검사 같은 전문 인력이 지금의 검찰만큼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 인력을 양성하면 된다지만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그 사이 피해자는 양산될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 보든 검수완박은 폐기하는 게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