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현 스님(칠곡 동명 정암사 주지)
요즘 길거리에 나가면 형형색색의 출렁이는 오색등이 연둣빛의 잎들과 조화를 이룬다. 불교인이 아니더라도 등을 보면 '부처님 오신날이 다가오는구나'라고 축제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촛불이든 등불이든 불을 켠다는 것은 성스러운 의미와 함께 앞날의 희망을 밝혀주는 상징이다.
불교의 등불은 빈자(貧者)가 정성 가득한 등불 공양을 올리는 데서 비롯됐다.
인도 사위국에 난타라는 가난한 여인이 있었다. 그가 사는 마을에 석가모니가 온다는 소문을 듣고 마을 사람들은 여러 가지 공양을 올렸는데, 난타는 구걸하는 형편이어서 남들처럼 부처님을 찾아가지 못했다.
그녀는 석가모니를 만날 욕심으로 구걸하기 시작했다. 구걸한 돈으로는 도저히 기름을 살 수 없었지만, 기름집 주인에게 눈물로 호소해 기름을 얻을 수 있었다. 그녀는 그 기름으로 등잔불 공양을 올렸다. 그날 바람이 유난히도 불어서 많은 사람들의 등불이 꺼졌지만, 희한하게도 난타의 등불은 꺼지지 않았다. 난타의 아름다운 정성을 알게된 석가모니는 그녀에게 다음생애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를 줬으며, 그녀는 출가를 해 비구니가 됐다. 정성을 드리면 성취하지 못하는 일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얘기다.
연등(燃燈)은 욕심과 집착으로 어두워진 마음과 성내는 마음, 어리석은 마음을 지혜의 등불로 밝히고 행복을 기원하는 뜻을 담고 있다. 누구나 어린아이처럼 맑고 밝은 본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세월을 지나면서 아름다운 마음은 유지하기가 어렵다.
대다수의 문제는 집착과 욕심에서 비롯된다. '나'라는 철저한 테두리를 설정하고, 내 것을 만들기 위해 벽을 쌓고 포장한다. 돈, 권력, 명예 모든 것이 나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 집착은 욕심으로 발전하게 된다. 욕심인줄 알면서도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업만 키우는 것이 결국 사회를 혼탁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집착에서 해탈로, 욕심에서 비우는 것으로의 출발점은 등의 심지에 불을 붙이는 것과 같다. 즉, 자비의 씨앗을 심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열반할 때 유언을 남겼다. 제자들에게 어느 것에도 의지하지 말고 '자등명(自燈明·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법등명(法燈明·진리를 등불로 삼으라)'하라고 했다. 깨달음은 스승이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진하는 것이며, 진리를 공부해 올바른 길로 나아가라는 것이다.
코로나19로 2년 동안 취소됐던 연등회가 올해는 다시 오프라인 행사로 제 모습을 찾을 예정이다.
연등회는 부처님 오신날을 축하하는 행사로, 크리스마스처럼 종교, 성별, 국적과 관계없이 모두가 하나돼 즐기는 축제다. 신라 경문왕 6년(866)에 처음 시작해 1천200년 가까이 이어오고 있는 오래된 전통문화이자 국가무형 문화재 제122호, 유네스코 인류 무형 문화유산이다.
힘든 시기, 인생의 길을 비춰주는 스승이자 마음의 어두운 곳을 밝혀주는 연등이 용기와 힘을 북돋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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