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안의 클래식 친해지기] <14> ‘피아노의 시인’ 쇼팽

입력 2022-04-18 10:25:28 수정 2022-04-19 07:33:47

대구시합창연합회 회장

유대안 대구시합창연합회 회장
유대안 대구시합창연합회 회장

쇼팽(Fryderyk Chopin·1810~1849)은 200곡이 넘는 피아노곡을 작곡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다. 그는 피아노라는 악기의 장점을 최대한 이끌어 냄으로써 '피아노의 시인'이 된 것이다.

1810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태어난 쇼팽은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워 8세 때 공개 연주회를 시작했고, 15세 때 러시아 황제 앞에서 연주하는 등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그의 첫 스승이었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지브니는 쇼팽의 천재적인 재능을 보고 더 이상 피아노를 가르칠게 없어 쇼팽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것을 포기했다.

쇼팽은 20살 때 오스트리아 빈으로 나갔고, 이후 프랑스 파리로 가게 되었는데 파리의 사교계는 쇼팽의 화려한 피아노 연주를 주목했다. 그 무렵 여섯 살 연상의 이혼녀 조르드 상드를 만나 연인관계를 지속하며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다. 말년에 폐병으로 약해진 쇼팽은 상드와 함께 스페인 마요르카 섬에서 요양했다.

그러던 중 비가 오는 날 상드를 생각하며 쓴 곡이 Op.28의 제15번 '빗방울 전주곡'이다. 쇼팽은 39세의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즉흥곡, 녹턴, 마주르카, 스케르초, 왈츠, 폴로네이즈, 연습곡, 전주곡, 발라드, 소나타 등 수많은 피아노 작품을 남겼으며, 세 개의 실내악곡, 열일곱 개의 가곡, 여섯 개의 관현악곡 등을 남겼다.

쇼팽의 피아노곡들은 한 결 같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커다란 매력을 갖고 있다. 피아니스트들은 쇼팽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피아노를 기교적으로 연습하도록 작곡한 24개의 연습곡(Etude Op.10, Op.25)조차 무대에서 연주될 정도다.

일명 '이별의 노래'로 알려진 Op.10의 제3번은 쇼팽 자신도 이처럼 아름다운 곡을 아직까지 써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우아한 작품이다. '검은 건반'이라는 별칭이 붙은 제5번은 유난히 검은 건반 테크닉이 부족한 학생을 위해 만든 연습곡으로 알려져 있는데 5음 음계를 사용하여 새로운 색체를 표현한다.

제12번 '혁명'은 왼손 아르페지오를 위한 연습곡으로 조국 폴란드의 혁명군 패배와 바르샤바 함락에 대한 분노와 애국심을 표현한다. Op.25의 제11번 '겨울바람'은 오른손의 반음계적 화성과 빠른 아르페지오의 진행으로 몰아치는 겨울바람이 연상되는데 피아노 음악의 화려함을 맛보기에 충분하다.

쇼팽은 3박자 춤곡인 왈츠를 다채롭고 매혹적인 피아노곡으로 표현했다. 대체로 한 마디 안에서 임의로 템포를 변화시킬 수 있는 템포 루바토를 적용함으로 왈츠의 표현을 최대한 확장할 수 있도록 했다. Op.18의 제1번 '화려한 대 왈츠'을 비롯한 많은 왈츠는 쇼팽의 피아노 음악의 묘미를 더 없이 잘 드러낸다. Op.64의 제1번 '강아지 왈츠'의 경우 마치 강아지가 자기 꼬리를 보며 빙글빙글 맴도는 모습을 보는 듯하다.

쇼팽이 24살 때 작곡한 Op.66 '즉흥 환상곡'은 자신이 매우 아끼는 작품으로 늘 악보를 지니고 다녀 세상에 내놓지 않았다. 자신이 죽은 뒤 악보를 없애 달라고 유언까지 할 정도로 자신만의 작품으로 간직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의 유언에도 불구하고 이 곡은 오늘날 널리 알려져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

쇼팽이 자신의 작품인 '피아노 협주곡 2번 F단조'와 '돈 조반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연주했을 때 슈만은 "모자를 벗으시오. 천재가 나타났소!"라고 경의를 표했다. 우리 곁에 피아노가 있어서 좋고 '피아노의 시인' 쇼팽이 있어서 더 좋다.

대구시합창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