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에서 자유로운 인간은 없다. 성찰하고 스스로를 바꾸기보다는 남(세상)을 바꾸고 지적질하는 데 관심이 많을수록 내로남불 성향이 강하다. 특히 정치인은 내로남불이 심한 직업군이다. 문재인 정권을 규정하는 단어 중 하나도 내로남불이다. 독선, 무능과 함께 내로남불은 문 정권의 급소였다.
정권이 바뀌었다. 이제 곧 공수 교대다. 더불어민주당이 공격하고 윤석열 정부, 국민의힘이 방어할 차례다. 게다가 민주당은 172석 거대 정당이다.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유례없는 여소야대가 기다리고 있다. 집권 세력 입장에서 여소야대는 너무도 거북한 정치 구도다. 노태우가 3당 합당을 강행한 것도 여소야대에 진절머리가 났기 때문이다. 윤 정부는 그때보다 훨씬 심한 여소야대 핸디캡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야당의 견제를 '국정 발목 잡기'라며 여론전을 벌인다고 해법이 뚝딱 생기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국민 지지다. 윤 당선인도 이 점을 잘 안다. 그의 입에서 '국민 통합' '소통'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 소통과 협치 기대보다 일방통행과 불협화음 우려가 더 커 보인다.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 추진 과정이 그랬다. 인사도 그렇다. 탕평이 멋져 보이지만 사실 국정 운영에는 '코드 인사'가 필요하다. 이념과 가치관이 전혀 다른 사람과 국정을 도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를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윤 당선인의 첫 번째 조각(組閣)을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인사들이 더러 눈에 띈다.
윤 당선인은 정호영 전 경북대병원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깜짝 발탁했다. 코로나19 방역과 국민연금 개혁, 복지 정책 등을 총지휘하는 중책 중의 중책이다. 그런데 자녀 의대 편입학을 둘러싼 의혹과 아들 병역 논란 등이 커지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우려가 나온다. 당사자는 법적·절차적 문제가 없으며 문제 제기가 음해라고 주장하지만 국민 정서로는 임계점을 넘었다. 그가 윤 당선인의 40년 지기가 아니라면 "능력을 보고 뽑았으니 역량을 믿어 달라"는 호소가 통했을지 모르겠다.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전격 지명한 것도 그렇다. 윤 당선인 눈에는 그가 독립운동하듯 검사 생활을 한 법무부 장관 적임자인지 모르나 다수 국민들 눈에 이번 발탁은 최측근 챙겨 주기로 비친다. 결과적으로 민주당과의 강대강 구도를 더 키우고 속칭 '검수완박' 밀어붙이기에 빌미마저 제공하는 모양새다.
요즘 온라인에서는 '굥정과 상식'이라는 밈(meme)이 나돈다. 윤석열의 '윤'을 거꾸로 뒤집으면 '굥'이 된다. 권력 눈치 안 보고 현 집권 세력의 불·탈법을 척결한 검찰총장 윤석열의 캐치프레이즈 '공정과 상식'을 희화한 밈이다. 정치 초년생 윤석열의 오늘을 있게 한 정치적 자산인 공정과 상식이 대통령 취임 전부터 조롱받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문 정권처럼 내로남불 프레임에 갇히면 윤 정부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대통령의 실패는 국민 불행으로 이어진다. 나라 안팎 정세도 뒤숭숭하다. 살인적 인플레,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전쟁, 북핵, 코로나19, 부동산 문제, 인구 감소, 환경 문제 등 현안들이 첩첩이다. 0.73% 표 차로 당선된 윤 당선인이기에 국민 지지는 더 절실하다. 일고의 논란도 없는 공정과 상식을 몸소 보여줘야 한다. "내가 정했으니 그냥 따르라"는 식의 상명하복 리더십으로는 국민 마음을 못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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