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일부 된 기부…"나눌 때야말로 진짜 행복" 와닿아
원래 쓰던 대로 영국 이야기를 쓰려고 했다. 그런데 쓰다 보니, 이번에는 내 이야기를 쓰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에 갔기 때문에 달라진 지금의 내 모습에 대해서 말이다. 나는 영국에 가기 전과는 사뭇 다른 사람이 되었다. 영국을 알기 전보다 조금 더 넓어졌고, 더 나아졌고, 많이 행복해졌다.
마침내 나는 기부를 하는 사람이 되었다. 기부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이 되다니. 영국인에게 그렇듯, 내게도 기부는 특별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은 생활 속의 일부가 되었다. 친구들은 내게 "마음먹은 걸 실천하는 게 쉽지 않은데."라고들 하는데, 걔들은 마음을 먹지 않아서 그렇다.
나는 무식과 무지가 철철 넘친 채로 영국에 갔다. 3년을 살았고, 30년 넘게 거의 매년 드나들었다. 처음에는 낯설고 이상해서 "이런 데서 어떻게 살지?" 했었는데, 나중에는 갈 때마다 일 년 중 가장 큰 행복을 느꼈다. 소중한 것과 가치가 달라졌고, 집과 일상도 변했다. 베란다에 꽃을 가꾸기 시작했고, 조용한 시간을 즐기게 되었으며, 원하는 행복의 모양을 알게 되었다. 투덜대는 것도 하지 않게 되었다.
내 인생은 영국이 바꿨는지도 모른다. 영국인이 사는 방식은 상당히 전염성이 강하다. 적지 않은 세월동안, 내 삶은 적지 않게 변화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그들의 방식이 내안에 서서히 스며들었다. 나와 분리할 수 없게 되더니 내 생활의 일부로 편입되었다. 이렇게까지 되리라고는 나도 몰랐다.
영국인의 삶속에서 기부를 많이 봤다. 그들이 누군가를 돕고 누군가와 나누는 모습이 참 멋졌다. 본받고 싶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그들과 닮기를 내심 소망했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많이 보고 많이 느끼면 생각이 싹트는 법이다. 이미 말했듯이, 나는 친구들과 함께 기부를 위한 대규모 채리티 샵(charity shop) 행사를 6년간 했는데, 그건 지금 생각해봐도 잘한 일이다.
앞으로 '무얼 하면서 살고 싶은가'와 '어떤 사람으로 늙고 싶은가'를 고민했다. 하루를 성실히 보내면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방식이 없을까 생각해봤다. '하고 싶은 일'을 정하고 그 일을 마칠 때마다 천원을 항아리에 넣기로 했다. 1시간 책읽기, 2시간 글쓰기, 1시간 걷기(남편과 함께 걸으면 2천원), 30분 요가하기, 30분 필사하기를 마칠 때마다 항아리에 천원짜리 지폐가 차곡차곡 쌓였다. 모인 돈을 몽땅 털어 이곳저곳에 기부했다. 생활 속에 기부를 끌어들인 나만의 방식이다.
어느새 수년째 하고 있는 내가 신기할 정도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때'에 하는 것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진다. 하루가 내 통제 안에 들어온 느낌이 들고, 꾸준히 하는 내가 대견해진다. 성실한 생활인으로 사는 일이 다른 사람을 돕는 일도 되기에 하루를 잘산 것 같기도 하다. 최근에는 그렇게 모은 돈으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도 기부했다.
"Happiness is real when shared." "나눌 때야말로 진짜 행복이다."라는 말이 내 마음을 건드린다. 영국에 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영원히 알지 못했을 거다. 알지 못했더라면 나는 결코 달라지지 못했을 거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수없이 많은 도움을 받으며 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나는 믿고 있다. 그저 소소한 친절을 행하는 것뿐이지만, 누군가를 돕는 일은 애써 해야 한다고. 그건 이제라도 하면 좋을 일이라고.
이것이야말로 인생의 아름다움이자, 궁극의 멋이 아닐까? 나에게로 전염되어 내 머리에 옮아간 것을 이제 몸으로 행하려고 한다. 나는 뒤로 되돌아갈 수가 없다. 알게 된 것을 모른 채하고 예전처럼 살 수가 없다. 필요한 것은 다 가지고 있는 나이가 되었고, 세상에는 여전히 힘쓸 곳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기부는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이 힘쓰기에 딱 좋은 일이다. 기부를 내 곁에 나란히 놓아두기로 한다. 결국 나는 되고 싶은 사람이 되고 말았다. 닮고 싶은 사람이 되는 일이 어디 쉬운가. 상상하던 일과 맞춰진다는 것은 몹시 기분 좋은 일이다.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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