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새 정부 '지방 살리기' 시작은 대학에서부터

입력 2022-04-14 19:09:05 수정 2022-04-14 19:11:00

서광호 사회부 차장

경북대 본관
경북대 본관
서광호 사회부 차장
서광호 사회부 차장

올해 봄 지역 대학 캠퍼스는 모처럼 학생들로 붐빈다. 2020년 2월 대구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뒤 2년간 캠퍼스는 텅 비었다. 이제는 대부분 수업이 대면으로 전환되면서 대학 곳곳에서 활기가 넘친다. 봄꽃이 핀 캠퍼스에서 학생들은 들뜬 표정으로 대학 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신입생 모집도 선방하며, 일단 한숨을 돌렸다. 대구권 4년제 대학 7곳 중 6곳의 2022학년도 신입생 등록률이 전년보다 상승했다. 이들 대학의 모집 인원 2만3천691명 가운데 97.04%인 2만2천989명이 등록했다. 지난해보다 3.3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지난해 고전했던 대구의 전문대들도 대부분 신입생 등록률이 올랐다. 코로나19 여파로 제대로 된 모집 활동을 벌이기 어려웠던 2021학년도 70~80%대에 그쳤던 지역 전문대 등록률이 올해 대부분 90% 중후반까지 치솟는 성과를 냈다.

이렇듯 지역 대학들이 코로나19의 영향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지만, 생존을 위한 움직임은 더욱 긴박해졌다. 지역의 거점국립대인 경북대는 자구책 차원에서 정원 감축 계획을 세웠다. 신입생 미충원이 발생하거나 재학생 충원율이 낮은 학과를 대상으로, 2025년까지 정원을 점진적으로 줄일 계획이다.

내년도 학과 개편 작업도 한창이다. 경쟁력이 낮은 학과는 없애고, 교육 수요가 있는 학과를 신설하고 있다. 계명대는 내년부터 EMU경영학부와 작곡전공의 신입생 모집을 중지한다. 반면, 4차 산업혁명과 사회복지 등 사회적 요구에 맞춰 스마트제조공학전공과 실버스포츠복지전공, 웹툰전공 등을 새롭게 선보인다.

영남대도 운영 효율성을 위해 상경대학과 경영대학을 경영대학으로, 음악대학과 디자인미술대학을 예술대학으로 통합하는 한편, 소프트웨어융합대학과 글로벌인재대학을 신설한다. 경북대는 인공지능전공을 추가할 예정이다.

이 같은 몸부림에도 위기감은 여전하다. 출생률 저하와 학령인구 감소로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를 보면 만 18세인 학령인구는 2019년 59만4천 명에서 지난해 47만6천 명으로 감소했다. 오는 2024년에는 43만 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2000년(82만7천 명)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학생이 줄면서 등록금 수입이 감소하고, 나아가 학교 운영은 더 어려워졌다. 결국, 교육·연구기관으로서의 기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교육지표 2021'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부문 공교육비 중 정부 재원 비율은 국내총생산(GDP)의 0.6%다. OECD 국가 평균 0.9%에 못 미친다.

특히 지역 간 불균형이 심각하다. 대구경북 대학의 학생 1명당 재정은 수도권의 70% 수준이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2018년 사립대학의 학생 1명당 재정이 수도권은 2천176만 원인 데 비해 대구경북은 1천503만 원에 그쳤다. 이 중 국가장학금을 제외한 국고보조금은 수도권이 386만 원이고, 대구경북은 182만 원이다.

내달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다. 이에 맞춰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위기에 놓인 지방대학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교육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대학은 지역 경쟁력과 지역균형발전의 보루다. 대학이 허물어지면 인재가 떠나고, 지역 발전의 동력도 떨어진다. 대학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지역을 살리는 초석이다. 새 정부가 침체한 지방 살리기의 해법으로 대학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