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먹는 물길과 하늘길

입력 2022-04-06 17:05:33 수정 2022-04-06 19:43:54

정욱진 신문국 국장석 부장.
정욱진 신문국 국장석 부장.

그간 대구는 먹는 물과 악연이 많았다. 1991년 3월, 대구 시민을 큰 충격과 공포에 떨게 했던 일이 발생했다. 구미산업단지 내 두산전자에서 유출된 30t의 페놀 원액이 낙동강을 통해 단 하루 만에 대구취수원에 흘러들었다. 시민들은 페놀에 오염된 수돗물의 엄청난 악취에 시달렸고, 수많은 가구의 수도관이 오염됐다.

이후에도 디클로로메탄(1994년), 1·4-다이옥산(2004년), 과불화화합물(2018년) 등의 유출로 시민들의 고통은 컸다. 페놀 유출 사고로 수질 환경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이후 자연환경보전법 제정 등으로 대응책을 마련했음에도 수질오염 사고는 숙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대구와 경북, 구미 등 민선 단체장들은 시민들의 이런 먹는 물 공포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 왔지만, 매번 허사로 돌아갔다.

하지만 지난 4일 대구와 경북의 '먹는 물 공유'가 드디어 첫발을 뗐다. 대구 시민들의 오랜 염원이던 먹는 물길이 트인 것이다.

정부와 대구시, 경북도, 구미시,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날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김부겸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구미 해평취수장의 대구경북 공동 이용' 방안을 담은 '맑은 물 나눔과 상생발전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이번 협정은 낙동강 상류 지역에 안전한 물 공급을 위한다는 게 골자다.

따라서 협정서의 핵심은 구미 해평취수장에서 일평균 30만t을 추가 취수해 대구경북 지역에 공급하고, 대신 상수원 보호를 위한 구미시의 토지 이용 제한 확대는 없으며 구미시에 용수를 최우선 공급하는 등 구미 시민의 불편이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구미 지역의 상생발전사업을 위해 정부와 대구시, 경북도, 수자원공사가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는 구미시에 매년 100억 원의 상생지원금을 지원하고, 구미 국가5산단의 입주 업종 확대를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다. 더불어 해평습지를 활용한 지역발전사업 협력 및 하수처리장 개선·증설도 지원한다.

물론 반대 여론을 잠재우고 구미 민심을 달랠 방안 마련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합의가 끝난 줄 알았던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사업의 전제 조건인 '경북 군위의 대구 편입' 문제가 일부 지역과 정치권의 반발로 스톱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래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협정 체결에 참여한 기관이 힘을 모아 상생발전 방안이 반드시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한 김부겸 총리의 이날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새 정부 핵심 사업으로 받아들여 오랜 '식수 갈등'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대구경북의 하늘길도 마찬가지다. 국회 문턱을 좀처럼 넘지 못하고 있는 군위의 대구 편입 문제를 조속히 마무리 짓는 데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 지역 합의에만 매달리기엔 한계 상황에 다다랐다.

또 국비 지원을 명문화한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특별법 제정'도 하루속히 새 정부 국정 과제에 포함시켜야 한다. 특별법 제정은 윤 당선인의 대구 1호 공약이다.

지난 5일 부산 지역 언론들은 '윤 당선인이 약속한 가덕도 신공항 건설 예비타당성 면제가 사실상 확정됐고, 국정 과제 반영도 확정적'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부산은 되고, 대구는 안 된다?' 지난달 대통령 선거에서 보여줬던 대구의 정권교체 민심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