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이 당 회의실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 '부족했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민주당 후보의 하자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실패에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근접한 표를 준 지지층에 고마움을 표한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대선 패배를 초래한 잘못에 대한 반성·사과는 하지 않고 부족(不足) 운운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재명 전 후보 역시 부족이란 말을 들먹였다. 그는 대선 패배 직후 "패배의 모든 책임은 오롯이 부족한 저에게 있다"고 했다. 책임을 자신에게 돌린 것은 타당하나 단어 선택은 잘못됐다. 이 전 후보가 선거에서 진 것은 그가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그의 언행에 잘못이 많아서였다. 잘못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함께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부족 운운 대열에 동참했다. 며칠 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우리의 부족한 점들 때문에 우리 국민이 이룬 자랑스러운 성과들이 부정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대선 패배를 부른 5년에 걸친 국정 실패를 부족이란 단어로 퉁쳤다.
대선 패배는 문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국민의 엄정한 심판이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국정 실패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부족이란 말을 끄집어냈다. '실패한 대통령' '실패한 정부'로 평가받지 않으려는 처절한 몸부림이다. 청와대가 문 대통령의 말과 글을 엮은 책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출간해 '문비어천가'를 부른 것도 마찬가지다.
문 정권처럼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반성을 하지 않은 정권을 국민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고개를 숙이는 순간 영영 진다는 운동권 심리가 정권 사람들 뇌리에 박혀 있기 때문이었다. 대선 패배에도 부족이란 말을 쏟아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식이나 학생이 잘못을 해놓고서 "잘못했습니다"라고 하지 않고 "부족했습니다"라고 한다면 부모, 선생님은 허파가 뒤집어질 것이다. 매를 벌고도 남을 일이다. "지금 누군가에게 사과하기를 거부한다면, 이 순간은 언젠가 당신이 용서를 구해야 할 때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토바 베타). 잘못에 대한 사과를 부족이란 말로 퉁치고 있는 사람들이 새겨야 할 경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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